초대형 재건축사업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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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지하철 8호선 송파역 4번 출구로 나오면 5층짜리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허름한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재건축 추진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가락시영이다. 송파구 가락동 39만8000㎡에 134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총 6600가구로 1차는 1981년, 2차는 1982년 지어졌다. 2006년 재건축 지역으로 고시된 후 그동안 조합원들간 소송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그런데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최근 조합원 간 법정공방이 마무리되는 가 싶더니 용도지역을 바꾸는 문제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비상대책위원회 조합원이 송파구청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인가 무효 확인 소송이 지난달 18일 송파구청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앞서 지난 달에도 비상대책위원회가 조합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계획승인 결의 무효 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도 조합의 승소로 끝난 바 있다.

가락시영, 종 상향이 또 발목

▲ 가락시영 아파트 전경

비대위가 조합과 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것. 아직 대법원의 상고심이 남아 있지만 법률심의인 만큼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소송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송파구청은 내다본다.

그러나 용도지역 상향 문제는 아직까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조합 측은 지난해 12월 현재 2종 일반주거지인 용도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로 바꿔달라고 서울시에 신청했다. 3종으로 바꾸면 6600가구를 8903가구로 지을 수 있어 일반분양 아파트가 당초 계획보다 871가구 늘어나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들게 된다.

서울시는 가락시영의 종 상향에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달 16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는 안건으로도 올라오지 못했다. 전망도 밝지도 않다.

가락시영의 종 상향이 이뤄지면 인근에 있는 고덕•개포•둔촌 등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곳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 종 상향을 안해 줄 수 없고, 그러면 고밀 개발로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현재까지 대단지 아파트에 대한 종 상향을 허가한 전례가 없다.

종 상향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호가도 빠지고 있다. 49㎡형(이하 공급면적)은 3월 들어서만 1000만~2000만원 내려 6억1000만~6억2000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온다. 중개업소들은 가격을 끌어 올릴 호재가 없어 약세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거래 실종에 맥 못추는 둔촌주공

올 들어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도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거래가 주춤해졌고 가격도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전반적인 재건축 시장 위축 때문으로 풀이된다.

둔촌동 S공인 관계자는 “개포지구단위계획 심의 보류에 따른 심리적 여파인지 지난달 말부터 가격 상승세가 꺾였고 매수 문의도 눈에 띄게 줄었다”며 “거래 공백이 계속되면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은 강동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매가가 꾸준히 올랐다. 둔촌주공1단지 72㎡형은 현재 8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 고덕주공 3단지 전경


고덕지구 상황도 마찬가지다. 매수세가 줄면서 호가가 내리기 시작했다.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2000만원 정도 내렸다. 지금은 급매물만 간간히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덕주공2단지 48㎡형 1층의 경우 1월에 6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최근에는 5억9800만원에도 거래가 이뤄졌다. 반도공인 관계자는 “금리 상승, 재건축 연한 축소 물거품 등으로 투자 심리가 냉각되고 있다”며 “그러나 공급부족, 전셋값 상승 등으로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건축 투자 심리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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