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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IT·자동차 ↑ … 여행·항공·원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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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일본 동북부 대지진은 국내 증시를 둘로 갈라놓았다. 일본 지진 수혜주와 피해주의 명암이 뚜렷하게 갈렸다. 코스피지수는 대지진 여파에도 상승했지만, 여행·엔터테인먼트 등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이 포진한 코스닥은 3%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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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69포인트(0.8%) 상승한 1971.23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930선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결국 상승 마감했다. 일본 철강업체의 공급 차질로 포스코가 8.32% 급등한 것을 비롯해 현대제철·동국제강이 10% 넘게 올랐다. 석유·화학주도 반사이익 기대로 많이 올랐고 경쟁업체의 생산 차질이 예상되면서 IT(정보기술)주와 현대차·기아차도 강세였다.

 반면 호텔·카지노·항공·엔터테인먼트·여행 등 이번 대지진 피해주로 분류된 업종은 전반적으로 약세였다. 일본인 관광객 급감 우려로 모두투어가 하한가까지 떨어졌고, 호텔신라(-9.84%)·GKL(-14.62%)·대한항공(-7.33%) 등이 급락했다. 부품소재를 주로 일본에 의존하는 기계업종이 4.12% 내렸고, KRX조선업종도 일본 조선사들이 피해를 거의 보지 않았다는 소식에 3.98% 하락했다.

 무엇보다 충격이 큰 업종은 원자력발전 종목이다.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면서 원전의 매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기술·한전KPS는 14% 넘게 떨어졌다.

  일본 증시는 이틀째 급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증시의 충격은 1995년 고베 지진 때처럼 단기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럼에도 이날 일본을 비롯해 대만·중국·홍콩증시가 줄줄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유독 코스피만 강세였던 점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시가총액 비중이 큰 업종 대표주들이 반사이익 기대감에 급등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날 거래소에서 하락한 종목 수는 650개로 상승한 종목 수(204개)의 3배를 넘었다. 하지만 코스피 시가총액의 13%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4.41% 올랐고, 시가총액 2·3·5위 종목인 포스코·현대차·LG화학이 상승해 약세 종목들의 하락분을 만회하고도 남았다. 증시에서의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덕을 본 셈이다.

 한화증권 윤지호 투자전략팀장은 “고베 대지진 때는 대일 수출 비중이 커 일본이 받은 피해에 국내 경제가 따라갔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수출 비중이 낮아져 업종별·기업별로 독립적인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반사이익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투자증권 김정훈 투자전략팀장은 “세계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고 중장기적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면 반사이익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며 “현재 수혜는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의미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우리 증시는 일본 대지진의 충격을 어느 정도 막아냈다. 시장에선 일본 대지진보다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투자심리가 앞으로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증시를 받쳐줄 매수세가 약화되면서 경미한 악재에도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증시에서는 뚜렷한 매수세력이 없다 보니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지수가 휘둘리는 양상을 보였다.

 KTB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불안한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기업실적이나 해외 호재보다는 프로그램 매매 같은 수급 요인에 따라 증시가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채권 가격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되면서 강세(금리 하락)를 보였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05%포인트 하락한 3.64%, 국고채 5년물의 금리는 0.05%포인트 내린 3.96%에 장을 마쳤다.

 채권 전문가들은 대외 경제여건이 불안해지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수 있는 데다, 원화가치 상승 예상으로 금리가 단기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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