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 “일 지진은 하나님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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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조용기 목사(左), 진중권씨(右)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75) 원로목사가 동일본 대지진에 대해 “하나님의 경고”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조 목사는 최근 수쿠크법(이슬람 채권법)과 관련한 ‘대통령 하야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었다.

 조 목사는 12일 개신교 인터넷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일본 국민이 신앙적으로 볼 때는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 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전화위복이 돼서 이 기회에 주님께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원래 지진이 많은 나라인데, 지진으로 수많은 재산피해와 생명을 상실하게 된 일이 생긴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 목사 발언이 구설에 오르자 이 매체는 13일 오후 9시쯤 기사 중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하지만 인터넷·트위터 등을 통해 조 목사 발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으며, 관련 발언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글이 잇따랐다.

 문화평론가 진중권(48)씨는 13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런 정신병자들이 목사질을 하고 있다”며 조 목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진씨는 “더 큰 문제는 저런 헛소리를 듣고 ‘아멘, 할렐루야’라고 외치는 골 빈 신도들”이라며 “저런 건 종교가 아니라 집단 히스테리죠. 치료를 요하는 정신의 질병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목사들이 저러고 있을 때 정작 하나님이 흡족해하실 장면은 교회 밖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세계 각국에서 일본에 구조대를 파견하는 내용의 기사를 링크했다.

 네티즌의 성토도 이어졌다. “일본의 대지진을 우상 숭배 등 종교 문제와 연결하는 건 종교 지도자로서 처신이 아니다” “같은 기독교인이지만 종교 지도자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니 정말 한심하다” “그럼 일본의 기독교인들은 왜 죽었나”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에 대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교계 매체와의 인터뷰였다. 기독교인이 보는 신문이고, 기독교적 관점에서 한 말이다. 지진을 계기로 일본 땅에서 영적인 변화가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말인데 와전됐다”고 14일 해명했다. 조 목사는 ‘도쿄순복음교회 34주년 기념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일본으로 출국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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