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김상영] 한국과 중국, 가까운 우방(友邦)이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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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은행 창고에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가 3천억 불에 달한다지요. 왜 그렇게 남의 나라 돈을, 엄청난 보관비용까지 감수하면서 많은 양을 보관해야 하는지 저는 그 내막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1992년 8월24일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 한지 19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작년 말까지 18년간 중국과의 상품교역에서 얻은 흑자금액이 무려 2천2백억 불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만약 지난 18년간 대중국 무역흑자 2천2백억 불이 없었더라면 지금 한국은행 창고에는 8백억불 정도가 고작 이겠지요. 그리 된다면 미국의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이 벌떼처럼 덤벼들어 마치 한국경제가 뿌리 채 흔들리기라도 하는 양 국가신용등급을 몇 단계 끌어내릴 것이고,그에 놀란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 나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입니다. 여기서 •98년도의 일을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IMF로부터 고작 2백억 불 정도를 빌려 오는데 온갖 수모를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을 대할 때 두려워 하자거나 아부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저들을 귀하게 대하면서 우리는 되도록 많은 실리를 챙겨야 된다는 뜻이지요. 최소한 중국의 집권층을 비롯하여 14억 중국인들이 들어서 섭섭해 할 소리는 되도록 자제하자는 것입니다. 요 근래 주요 언론에서 중국을 향해 거론하는 핵심사안을 보면, “중국 니네들 북한편 들지 말고 우리 편을 들어야 하는데,왜 자꾸 북한편만 드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불쾌(不高興.불고흥:부까오싱)하단 말이야.”라는 논조이기에 하는 말입니다. 그들이 북한에 못된 짓을 하라고 암묵적으로라도 부추기거나 사주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하등 중국에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흔히 쓰는 말로 중국의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게 옳을 진대,일방적인 선입견 하에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그들을 몰아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아무 것도 없기에 하는 말이지요. 미∙중이 공히 남북대화를 권장하고 있거니와,북한측에 섭섭한 면이 있을 시엔 그들을 불러내 직접 혼 줄을 내주는 방안을 찾아야지,자칫 양국간 경제관계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위험을 자초하면서까지,중국을 향해 삿대질하는 등 악감정을 들어낼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돈은 중국에서 벌고 미국과 동맹강화!
여기서 한 중국학자의 견해를 들어볼까요? “돈은 중국에서 벌고 미국과의 동맹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한국의 ‘이중적 정체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른바 정냉경열(政冷經熱)현상을 뜻함이겠지요. 뿐만이 아닙니다. 한국학자들과 대담 시엔 종종 다음과 같은 말들이 오간다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보자, 한국은 소국이지 않은가,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강화한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을 두려워할 것 같은가,이는 가당치도 않은 얘기다. 한국이 아무리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해도 주요 전략적 사안에는 미∙중간 협의와 합의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중국사회과학원 장윈링(張蘊領.장온령)교수의 견해 : 문정인교수 저,‘중국의 내일을 묻다.’)

이는 다수 중국학자들 견해이며, 우리가 부딪쳐야 할 미래 중국의 모습이기에 하는 말입니다. 이처럼 미묘한 시점에 일본에서 내한한 방위청관계자가 우리 국방장관과 군사협력 운운하는데도 크게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는 듯하여 이상하게 생각하던 차에,수일 전에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총리라는 사람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 운운하는 것을 보면서 어이없어 했던 적이 있었지요. 비근한 예로 독도가 아직도 자기네 땅이라고 교과서에까지 영유권을 주장하는 주제에,유사시 우리와 손잡고 우리의 동족인 북한을 혼내주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것은 일본인들이 우리 민족을 가볍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 생각됩니다.

아무튼 한∙중 양국간에는 소소한 견해차는 있을지라도,서로를 이해하는 가운데 전향적인 미래를 열어나가야 할 가장 가까운 이웃인 것이지요. 지금 이 시각에도 다른 나라와의 생존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중국대륙을 누비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양국간 왕래하는 인적 교류가 연간 5백만 이상이고,유학생수 또한 20만 명에 육박한다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주요도시와 중국 32개 도시를 매주 840회나 운항중인 항공편이 말해 주듯, 양국간의 관계는 좋은 의미에서 나날이 돈독해져 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국익에 반하는 사소한 것들을 들추어 양국 국민감정에 앙금을 남기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사례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반도 통일에도 중국 협력이 절실한 시점
말이 나왔으니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연전에 모 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하기를, 머지 않아 중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수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수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망한 적이 있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십 수년 후쯤에는 중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각계의 지도층 계열에 핵심 세력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예견인 것이지요.

얼마 전 유력 일간지에서는 한국인이 나라 밖에서 취득한 박사학위 수를 보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 2만620명,일본 6천12명,중국 1천5명이었지요. 이 수치가 무엇을 뜻하는 것 일까요. 쉽게 표현하자면 미국 쪽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제반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다스리며 여론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는 뜻이 되겠죠. 그러나 십여 년 후부터는 중국에서 공부한 세대가 점진적으로 우리사회의 지도층에 합류할 것이라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우리가 그들과 더 가까이 지내야 하는 이유는,우리 민족의 염원인 미래의 통일조국과도 직접적으로 관련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통일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의 통일외교는 우선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의 최대관심은 경제발전이고 이를 위해 변방의 안정을 원한다. 그러나 변방의 안정은 실패국가를 지원해서 이룰 수 없다. 한반도분단이 아니라 통일이 진정한 변방안정의 길임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오늘날 만주 동북3성의 낙후는 북한의 예측불가능성이 국제물류와 외국인투자를 막기 때문으로, 통일 후 한반도와 중국이 힘을 합쳐 만주•연해주•시베리아•몽골 등 동북아지역에 새로운 번영과 평화 시대를 열어가자고 설득해야 한다. 만일 중국이 김정일 이후 군사적•비군사적 개입을 통해 북한에 '친중(親中)정권'을 세우려 한다면,이는 민족자결에 대한 명백한 도전임을 선언하고, 과거 우리가 평양에 있었던 안동도호부(AD 668~676,당(唐)의 식민통치기구)를 한반도에서 몰아낼 때처럼 한민족 전체가 결사항전 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박세일 한반도 선진화 재단 이사장)

김 상 영 글로벌미래,中國연구소 소장 yong413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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