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시리즈 19탄〈언리미티드〉, 1위로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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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외의 결과였다. 평론가들의 혹평과 제한된 극장에서의 개봉으로 007 시리즈 19탄 <언리미티드(le monde ne suffit pas)>는 일찌감치 2위로 점쳐지고 있었다. 디즈니의 <타잔>은 지난 일요일(12/5)까지는 예상대로 근소한 차로나마 1위를 유지했지만, 최종 결과는 <언리미티드>가 1위로 개봉하였다. 수치적으로는 얼마 차이가 나지 않지만 개봉 극장당 관객수로는 599개 극장에서 개봉한 <세상은 충분치 않다>는 2주동안 770개 극장에서 개봉한 <타잔> 보다 훨씬 앞선다.

다니엘 톰슨 감독의 <크리스마스 트리(la buche)>는 2주 동안 639,545명이 관람하여 다른 프랑스 영화에 비해 예상외의 선전을 하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은 8주만에 가볍게 7백만명을 넘어섰지만 올해의 최고 히트작인 <아스테릭스>의 9백만명은 위협하지는 못했다. 그외 10위권 안에 영화들은 별다른 순위 변동없이 지난주보다 평균 50%정도 감소하여 5만 내외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비록 1위로 개봉했지만 <언리미티드>의 평은 한마디로 "충분치 않다"로 요약된다. 리베라시옹의 장-마끄 라란느는 "어느때보다 숨가쁜 다시 돌아온 007"이라는 역설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불사신적인 주인공의 존재부터가 잘못이었다"라고 운을 띄운 다음, "냉전체제를 대변하는 동서대립이 와해된 지금에 와서 있을 만 하지도 않을 스파이라는 코드를 앞세운 이 영화를 과연 우리가 봐야 하는가"라고 신랄한 비판을 하였다. 그리고 "다른 영화를 짜집기식으로 전개해 나가는 장면들은 이 영화의 필수품"이라고 비꼬기까지 하였다. 르 누벨 옵세르바떼르의 프랑수와 포레스띠에도 "이 영화는 한마디로 맛없는 음식과 같다"라고 했고, 르몽드의 장-프랑수와 로제 역시 "썰렁했던 스파이"라고 혹평했다.

그외, 마리옹 베르누(Marion Vernoux) 감독의 올해 베니스 영화제 출품작인 <할일이 없다(rien a faire)>와 자끄 마이오(Jacques Maillot) 감독의 <행복한 삶(nos vies heureuses)> 등 두 편이 프랑스 영화가 박스오피스 10위권 밖에서 그런데로 괜찮은 성적으로 새로이 개봉했다.

이미 94년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personne ne m'aime)>로 작가적 실력을 인정받은 마리옹 베르누 감독의 새영화 <할일이 없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이태리 상원에서 주는 골드메달을 받았다. 실업상태의 두 남녀가 만나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이다. 특히 언론은 빠트릭 델이솔라(Patrick Dell'Isola)와 완벽한 호흡을 일구어낸 여주인공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치(Valeria Bruni Tedeschi)의 연기에 찬사를 보냈다.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치는 이태리 출신의 배우로 올해만해도 깐느영화제 출품작 <라 발리아(la balia)>, 깐느영화제 단편부분에 출품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rien dire)>, 베를린영화제 출품작 <거짓말의 색깔(au coeur du mensonge)>, 로까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선풍을 일으킨 노에미 르노브스키 감독의 <난 삶이 두렵지않아(la vie ne me fait pas peur)> 등 여러작품에서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행복한 삶>을 감독한 자끄 마이오는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다. 95년 <욕망의 육체(corps inflammables)>로 데뷰한 이래로 단편영화를 포함해 몇몇 작품을 감독했지만 별다른 눈길을 끌만한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몇몇 인간 군상의 일상을 "행복"이라는 틀로서 포착하고 있는 <행복한 삶> 역시 별다른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르몽드의 사무엘 브륀펠드는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뛰어다닌 흔적이 역력한 화면이나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된 사진은 자연주의를 표방하지만 텔레비전 드라마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라고 했다.

디즈니의 <타잔> 개봉을 전후로 몇몇 눈에 띄는 만화영화들이 개봉되고 있다. 이번주에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나 TV시리즈 <심슨가족>의 감독 브래드 버드의 극장용 만화영화 데뷰작인 <철의 거인(the iron giant)> 뿐만 아니라 몇주전에 개봉한 <진로:늑대군단> 등 이 그 예이다. 특히 <진로:늑대군단>은 <공각기동대>의 감독인 오시 마모루가 각본을 맡아 눈길을 끌었고, 유럽에서 먼저 인정을 받아 일본에서 개봉한다는 계획으로 프랑스에서는 이미 지난달에 개봉했고 일본은 내년 4월에나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만화영화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다음주에 전할 예정이다.

덧붙임: <공각기동대>를 감독한 오시 마모루. 영화 데이터베이스로 유명한 IMDb에는 오시 마모루가 한국(South Korea) 사람으로 기록되어있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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