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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누가 관객이고 배우지? … 서서 보는 연극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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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연극엔 객석이 있다. 편안히 앉아서 보는 게 상식이다. 대신 관객은 정숙해야 한다. 잡담을 하거나 자리를 옮겨 다니며 연극을 본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연극 ‘타이투스’는 이런 고정관념을 깬다. 콘서트도 아닌 데 관객은 서서 봐야 한다. ‘스탠딩 연극’인 셈이다. 공연 시간 1시간 40분 내내 서 있는 통에 다리가 조금 아플지도 모른다. 관객 일부는 공연 도중 극장 뒤편에 있는 임시좌석으로 가거나, 벽에 기대거나 아니면 쪼그려 앉았다.

 무대는 1m30㎝ 높이 위에 마련돼 있다. 관객은 내려다 보는 게 아닌, 올려다 봐야 한다. 배우가 눕거나 하면 관객들은 시야가 가려 앞으로 쪼르르 다가갈 수밖에 없다. 무대를 정면에서 보지 않고 옆에서 보는 관객도 적지 않다. 자극적 장면이 나올 때면 관객의 얼굴도 찡그려지고, 조금 지루하다 싶으면 하품을 하기도 했다. 관객의 표정을 생생히 포착할 수 있다는 건, 이 연극이 선사하는 또 다른 재미였다. 관객은 단순히 지켜보는 관찰자가 아니라 개입도 했다. 배우는 무대 위에만 있질 않고 때론 관객이 서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그땐 흡사 시장바닥을 연상시켰다. “로마 제국 만세!”를 비장하게 외칠 땐 자연히 따라 하게 됐다. 가변 무대를 옮길 때도 있다. 배우만으로 힘이 딸려, 그럴 땐 관객도 스태프처럼 힘을 보태야 했다.

 작품은 셰익스피어 초기 비극이다. 복수·음모·모함 등이 넘실댄다. 윤시중 연출가는 “배우와 관객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게 하고 싶었다. 극장 메카니즘에 의존하지 않고, 배우들의 강력한 에너지로 정면 승부를 걸고 싶었다”고 말했다. 16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02-6406-8324.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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