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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아찔한 줄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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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셉 나이
미 하버드대 석좌교수

‘스마트파워’의 개념은 정보통·외교네트워크·국방·개발 등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가 합쳐진 것으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의 비전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스마트파워 전략은 중동사태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집트·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예멘의 정부를 지지하지 않으면 중동평화, 원유시장 안정, 테러집단 알카에다에 대한 공동 대처 등 중요한 외교 목표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반면 그가 이들 정부를 지지하면 이들 국가에서 정보혁명으로 탄생한 새로운 시민사회를 적대시하는 행위가 된다. 이는 중동의 장기적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이들 중동국가 정부와의 하드파워 관계와 민주주의를 위한 소프트파워 지지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은 아찔한 줄타기와 같다. 이런 줄타기에서 비틀거렸지만, 아직 떨어지지는 않았다.

 일부 작은 국가들은 꽤 능숙하게 스마트파워 전략을 구사해왔다. 스위스는 오랫동안 징병제와 산악지형을 국방을 위한 하드파워 자원으로 삼는 한편 금융·상업·문화네트워크를 통해 소프트파워를 키웠다. 카타르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 때 미군 본부의 주둔을 허용했지만, 중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송인 알자지라를 후원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미국의 중동정책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국방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했지만, 소프트파워를 키우기 위해 활발한 공적개발원조(ODA) 활동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부상하는 국가들은 스마트파워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해왔다. 19세기 비스마르크의 프러시아는 독일 통일을 위해 덴마크·오스트리아·프랑스와 전쟁을 했지만 목표를 달성하자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베를린을 유럽의 외교와 분쟁조정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메이지 유신 후 일본은 군사력을 키워 1905년 러시아를 격파했지만 영국·미국과 우호적 외교관계를 맺고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돈을 썼다.

 2007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소프트파워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급성장한 경제·군사적 파워를 감안하면 이는 현명한 결정이다. 2009년 중국은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이로 인해 많은 중국인은 “글로벌파워의 균형이 바뀌고 있고,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이 같은 과신 때문에 지난해 중국은 외교정책에서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는 부상하는 국가의 스마트 전략에서도 벗어난 것이고, ‘중국은 신중하고 겸손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덩샤오핑의 금언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국제적 비판에 직면하고, 미국·일본·인도 등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나서야 중국 지도부는 덩샤오핑의 스마트파워 전략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요동치는 중동 정국에서 스마트파워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애쓰는 오바마 정부는 알아야 한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성공적으로 결합하는, 어려운 작업에 직면한 국가가 미국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마트파워는 성공적인 국제정치를 위한 중요한 전략이지만, 쉽게 달성되지는 않는다.

조셉 나이 미 하버드대 석좌교수
정리= 정현목 기자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