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아부다비 유전 참여 환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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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유전 개발에 참여키로 한 것은 자원 외교의 개가(凱歌)다. 아부다비의 원유 매장량은 1000억 배럴로 세계 6위다. 미국·영국·일본 석유 메이저들의 독무대였던 이 나라에 석유공사가 이르면 2014년부터 채굴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아직 양해각서(MOU)만 체결한 상태이지만 한국석유공사는 최소한 10억 배럴을 캘 수 있는 조광권(租鑛權)을 보장받았다고 한다. 아부다비 정부는 원시부존량이 5억7000만 배럴에 달하는 미개발 유전 3곳을 개발하는 데도 한국의 참여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또 아부다비 원유 600만 배럴을 현지의 우리 비축시설에 무상 저장하고, 유사시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합의했다.

 이번 합의대로 된다면 우리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현재 10.9%에서 15%로 껑충 올라가게 된다. 현 정부 출범 전 이 비율은 4.2%였다. 2009년 말 원전 수주에 이은 이번 성과는 “한국이 앞으로 100년간 UAE의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임무를 다할 것”이라고 현지 정부를 설득한 결과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MOU 서명을 위해 기꺼이 현지로 날아갔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축배를 들어서는 곤란하다. 본계약까지는 돌출변수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UAE 원전도 수주한 후 1년 이상 금융지원문제를 놓고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 기공식을 할 수 있었다. 광물자원공사가 16년간 440억원의 탐사비용을 들인 호주 유연탄광 개발사업도 최근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일어났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오래전의 채굴 허가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자원개발은 이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에 따라 불확실성도 높다. 아부다비 유전도 앞으로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