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공연예술계 세계적 위상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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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올해초 한국을 첫 방문했을 때 가보고 싶었던 곳 가운데 하나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비롯한 국내 음악관련 기관들.

비록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문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그가 한국 음악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는 한국 음악계의 세계적 위상을 반증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올해 세계 무대에서 그 기량을 인정받은 것은 무용이나 연극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김용걸-김지영이란 세계적 스타를 배출한 무용계에선 올해 `제5회 룩셈부르크 국제발레콩쿠르'에선 조민영이 은상을, 김창기-김은정 커플과 드라고 미할차-전은선 커플이 듀엣 부문 동상을 공동 수상하는 등의 쾌거를 이뤘다.

연극계에선 뮤지컬 「명성황후」가 미국 LA오베이션어워즈에서 `한국판 에비타'란 찬사를 받으며 아시아 작품으론 처음으로 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가 하면 비언어퍼포먼스 「난타」는 국내 최초로 영국 에딘버러페스티벌에 초청돼 연일 매진사례 속에서 100만달러의 공연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 공연예술계에서의 약진과 함께 99년 국내 무대에서의 활동도 두드러졌다. 먼저 국제통화기금(IMF)의 여파로 지난해 격감했던 해외 공연단체의 내한 공연이 회복세를 보여 음악계에선 피아니스트 피터 야블론스키와 스타니슬라프 부닌, 앙드레 가뇽,라울 소사,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피터 비스펠베이, 그리고 세계 3대 테너 호세 카레라스 등이 한국을 찾았던 솔리스트들.

보자르트리오와 이탈리아 이무지치, 이솔리스트 베네티, 독일 슈투트가르트체임버, 빈신포니에타, 폴란드 국립크라코프오케스트라,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 영국 세인트마틴인더필즈 등도 내한, 멋진 앙상블을 선사했다.

여기에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와 강동석, 정경화, 첼리스트 장한나와 조영창, 피아니스트 백건우, 하피스트 곽정 등도 세계 무대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고국 팬들에게 선보였다.

해외 무용단의 내한도 잇따라 `현대무용의 나침반'으로 불리는 네덜란드댄스시어터와 `러시아의 자부심' 볼쇼이발레단 등이 수준높은 춤사위와 곡예를 선보이며 세계적 명성을 입증했다.

국내 공연 가운데에는 창작품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작품들이 풍성한 한 해로 기록됐다. 서울 예술의전당이 공연한 작곡가 윤이상의 대작 「심청」과 헨리 퍼셀의 「디도와 아이네아스」, 백병동의 「사랑의 빛」을 비롯해 이영조의 「황진이」(한국오페라단), 모차르트의 「후궁탈출」(서울시오페라단), 이동훈의 「백범 김구와 상해임시정부」(베세토오페라단) 같은 창작 오페라들이 오페라계를 장식했다.

연극 작품으론 「바리-잊혀진 자장가」, 「황구도」, 「못다한 사랑」, 「킬리만자로의 표범」등의 창작 뮤지컬과 「아리랑」, 「번지없는 주막」, 「가거라 삼팔선」 등의 악극이 활기를 띠었으며, 무용계에선 유니버설발레단이 한국발레 사상 최대 제작비인 8억원을 투입한 「라 바야데르」를 무대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또 장르별로 볼 때 클래식계는 강충모의 `바흐 피아노 전곡 연주' `김남윤-강충모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 이성주의 `헨델 소나타 전곡 연주', 그리고 예술의전당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등 한 작곡가의 작품을 심층 분석하는 전곡 연주회가 쏟아진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국립창극단의 6시간 완판장막 창극 「춘향전」 공연과 국악 신동 유태평양의 국내.외 순회 공연, 그리고 이자람의 판소리 「춘향가」 8시간 완창 기네스 도전 등도국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대.

연극가에선 한.일 교류가 두드러져 일본 아베 고보의 「친구들」, 이노우에 히사시의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 세이넨단의 「도쿄노트」, 그리고 한국측의 「고도를 기다리며」 등이 상호 공연되는가 하면 번역극보다는 창작극이, 작가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올해 연극무대의 주류를 이뤘다.

새 천년을 앞두고 지난 7월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세종문화회관과 순수예술계의 터전인 예술의전당이 H.O.T나 조용필, 영화 `용가리' 같은 대중예술계에 문을 개방한 것과 영산아트홀, 코스모아트홀, 양평바탕골예술관 등의 공연장이 잇따라 문을 연 것도 이슈로 등장했다.

그러나 세종문화회관의 산하단체 구조조정과 단원 오디션제 등을 둘러싼 마찰과내년 책임운영기관으로 출범하는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선출과정에서의 논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정규대학 승격법안에 따른 대립 등은 `옥의 티'로 작용했으며, 한국 오페라계의 거목인 소프라노 김자경씨의 타계는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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