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 대지진 참사, 한민족의 인류애 보여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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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자연의 위력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덮친 규모 8.8의 대지진과 이어진 높이 10m 규모의 쓰나미는 일본 역사상 최악의 재해로 기록될 듯하다.

 지진으로 땅이 찢어지고 도로가 무너지고 전기와 통신이 두절되는 암흑 천지가 됐다. 쓰나미로 마을이 휩쓸려 나가면서 사망자가 300명을 웃도는 등 참상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뉴스 보도를 통해 전해지는 현장의 모습만으로도 공포와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참사를 당한 일본인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 인류애 차원에서 일본을 돕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인명 구조와 부상자 치료 등 구호 작업은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지진에 잘 대처하는 일본이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빚어낸 대형 참사를 맞은 만큼 이웃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 우리가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선진 한국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휴머니즘 외교는 선린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되는 한민족의 이웃사랑을 보여주자.

 우리는 이미 지난해 아이티 참사 당시 국제구호에 적극 나선 경험이 있다. 당시 경험을 살리고 시행착오를 줄여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대책회의를 하고 119 구조단을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민간단체들의 구호활동을 지원하는 일이다. 정부는 이들 단체의 지원 활동이 혼선을 빚지 않도록 조정하고 신속하고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특히 일본엔 우리 교민과 유학생, 주재원, 관광객이 많다. 지진 피해 지역인 도호쿠 지역에도 수만 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피해 상황을 빨리 확인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 외교당국은 연락이 두절돼 발을 구르고 있는 국내 가족과 친지들에게 이들의 안전을 빨리 알려주도록 최대한 노력해주기를 당부한다.

 지질학적으로 한반도는 일본이란 거대한 방파제 덕분에 이런 참사에서 비켜나 있다. 유라시아판과 환태평양판이라는 거대한 지각이 부딪치는 지점이 일본열도를 따라 선을 형성하고 있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안쪽에 있기에 상대적으로 이런 대지진의 위험을 비켜나 있다. 그렇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세계적으로 강진이 잦아지면서 한반도에서도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진 예측 기술 확보와 방재 대책 마련에 차질이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