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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환율변동위험에 무방비…한은 지적

중앙일보

입력

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초강세를 보임에 따라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기업이 환율변동위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9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거의 대부분은 수출입 거래에서 달러화를 주고 받으면서 환율변동위험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달러화 거래가 많은 일부 대기업 조차 미래 일정시점의 달러화 결제자금 수요와 수출대금 입금 규모를 적당히 예측, 이에 따른 환포지션을 취하는게 고작이다.

시중은행 외환담당 한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보유 달러에 대한 환율변동위험 대비책으로 거주자 외화예금에 일시 넣어두는 극히 소극적인 환위험 헤지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상반기중 우리나라 총외환거래에서 환율변동위험에 따른 헤지수단이 되는 파생외환상품거래(선물환+금융선물거래)의 비중이 전체의 34%에 불과하고 현물환거래 규모의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다.

금액으로도 지난 1∼6월중 파생외환상품 거래는 월평균 377억달러에 불과한데다 이마저 외국환은행간 거래가 포함돼 기업이 거래한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적다.

또 지난 10월중 금융선물거래의 주체별 거래액을 보면 증권사가 20%, 은행이 10%, 법인이 10%, 개인이 25% 등으로 기업이 참여한 거래가 개인 거래 보다도 적다.

한은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근본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환율변동위험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데다 외환관련 전문인력도 태부족하고 금융인프라 구축도 뒤처진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거래 동향을 분석해보면 지금처럼 원-달러 환율이 급변하면 기업들의 환율변동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듯 하다가도 환율이 어느정도 안정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외환담당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 수출 채산성이 떨어진다며 재계에서 정부에 환율하락 저지 대책을 촉구하는 것은 경쟁시장기능 원리에서 보면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기업들이 선물환 또는 금융선물거래를 통해 보유 외환의 환변동 위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대내외요인에 의한 예상치 못한 환손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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