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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환경 논쟁의 허무한 종말 … 도롱뇽은 알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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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일 봄이 되면서 도롱뇽 알과 개구리 알들이 다수 발견된 경남 양산시 천성산 대성늪 전경. 천성산 터널이 완공되어 지난해 11월부터 하루 48~57차례 KTX가 질주하지만, 천성산 늪지에는 생명이 가득했다. 양산시청 김조은(43) 습지 담당은 “공사 때나 지금이나 수량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천성산을 관통하는 KTX 터널 공사를 놓고 벌어진 소모적인 논쟁은 4년간이나 지속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일부 환경단체는 대규모 개발이 이뤄질 때마다 극렬한 반대운동을 벌였다. 때로는 필요하고 정당한 측면도 있었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나 ‘운동을 위한 운동’으로 흐르기도 했다. 다수 국민이 일부 환경단체를 의심과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이들의 비과학적·무조건적 반대운동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국민이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 논란 때도 그랬다. 새만금 방조제와 4대 강 사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천성산에 사는 꼬리치레도롱뇽(가장 아래 사진).

◆인천국제공항=2001년 완공된 영종도 신공항은 발표 때부터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당시 녹색연합·환경공해연구회 등 17개 단체는 “개펄이 훼손되고, 철새들이 중간 기착지를 잃으며, 지반 침하로 활주로가 매몰될 것”이라며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 영종도 인근에선 여전히 고기잡이가 이뤄지고, 새로운 식생(植生)이 조성되고 있다. 지반 침하는 일어나지 않았다. 인천공항은 역설의 신화다. 반대운동이 거셌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인천국제공항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내리 1위를 차지했다. 세계 1등 공항이 된 것이다.

◆사패산 터널=1988년 착공한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구간은 2002년 6월부터 2년간 공사가 중단됐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사찰 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환경단체와 종교계가 연대 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공사 지연으로 물류손실이 39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당시 사패산에 철조망을 두르고 LPG와 시너통을 쌓고 농성을 벌였던 조계종의 보성 스님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후회의 뜻을 밝혔다. “내가 했던 반대운동이 국력 낭비가 아니었나 후회가 든다. 대안이 없는 환경운동은 결국 실패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토로했다.

◆통영 케이블카=통영 미륵산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는 시작부터 환경운동연합의 반대에 부닥쳤다. 자연환경 훼손과 호국성지 보호를 내세워 인근 용화사와 연대해 100일 철야농성을 벌였다. 결국 주민투표까지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2008년 4월 개통됐다. 케이블카는 개통 첫해 90억원 매출에 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통영의 관광명소가 됐다.

◆새만금과 4대 강=새만금 사업은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대로 공사 중단 및 재검토에 이어 4년7개월에 걸친 법정공방의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4월 준공됐다. 초점은 개펄과 수질 보전이었다.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이 ‘삼보일배’ 시위를 벌이면서 환경과 개발이 부딪친 대표적인 사례가 됐지만, 한편으론 공사 지연에 따른 국고 손실과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기도 했다. 현재 진행되는 4대 강 갈등 역시 과학적 환경 논쟁보다는 정치사회적 논란으로 흐르며 심각한 국론분열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환경과 개발은 시소의 양 끝이다. 그렇다고 접점은 없을까. 환경친화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이 열쇠일 것이다. 한국환경교육학회 회장인 이화여대 박석순(환경공학) 교수는 “개발은 악(惡), 환경은 선(善)이라는 구시대적 환경이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과 인천공항·경부고속철, 새만금과 4대 강 사업 반대운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진짜 환경위기는 가난”이라며 “저탄소·자원순환을 기반으로 녹색문명을 보급해 부강한 환경선진국을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환경운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종권 사회선임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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