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삭월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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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요즘 ‘전세대란’이라 할 정도로 서민들의 집 구하기가 어렵다. 전세를 사글세로 바꾸려는 주인이 증가하고 있어 집 없는 서민들의 고충은 더욱 커져 가고 있다.

 “올린 전세금만큼을 삭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가 늘어 가고 있다”에서와 같이 집이나 방을 다달이 빌려 쓸 때 내는 돈을 ‘삭월세’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삭월세’는 ‘사글세’가 맞는 말이다.

 ‘사글세’는 기원적으로 초하루 삭(朔) 자에 달 월(月), 세낼 세(貰) 자가 만나 이루어진 ‘삭월세(朔月貰)’에서 온 말이다. 한자 그대로 달마다 일정한 날(초하루)에 내는 세를 의미한다. 그러나 어원에서 멀어진 형태로 굳어져 ‘사글세’로 널리 쓰이고 ‘삭월세’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므로 ‘사글세’만 표준어로 삼았다.

 ‘사글세’는 변화한 발음과 형태를 인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경우다.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겪기 마련이다. 돐에서 돌, 상치에서 상추, 강남콩에서 강낭콩으로 맞춤법상 표기가 바뀐 것도 ‘삭월세→사글세’와 마찬가지로 언어를 사용하는 대중의 변화에 따라 표준어가 변경된 예라 할 수 있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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