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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법규 위반자 소득 따라 범칙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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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상생활에서도 크고 작은 공정성 논란이 종종 벌어진다. 이날 세미나에선 ‘생활 속 공정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 제언들이 다양하게 나왔다.

 교통연구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과실상계의 비율을 공정성 면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누가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따져 책임을 나누는 게 과실상계다. 그런데 ‘유턴 금지’ ‘일단 정지’ 지점 등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우선 통행권이 있는 운전자에게도 일부 책임을 묻는 건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황기연 교통연구원장은 “이런 관행은 법을 지키는 사람이 보호받는다는 공정성의 기준에 맞지 않는 데다 도덕적 해이까지 조장하고 있다”며 “통행우선권이 명확히 규정된 장소에서부터 교통법규 위반자에 100% 책임을 물리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이어 교통법규 위반자의 소득에 따라 범칙금을 매기는 제도를 도입해 볼 만하다는 제안도 했다. 범칙금이 부유층에는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아 교통법규 경시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와 북유럽 일부 국가가 소득과 재산을 고려해 범칙금을 매기고 있다. 최근 스위스에선 우리 돈으로 3억3000만원에 달하는 범칙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기세 누진제도 공정성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주택용 전기의 경우 사용량에 따라 6단계 11.7배의 누진배율이 적용되는 데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해외에서도 누진요금을 적용하기는 하지만 보통 2~3단계에 머문다”며 “누진율이 지나치게 크면 소비자 간 형평을 해치고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가의 36.5%로 공급되는 농사용 전기 요금도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가 이하로 공급해 생긴 손실이 다른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데다, 요금이 지나치게 싸다 보니 시설재배 등에 전기 온풍기를 쓰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비효율적인 소비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저소득층을 지원할 목적이라면 차라리 대상자에게 직접 지원을 하는 게 이런 자원배분의 왜곡을 막는 길이라고 밝혔다.

 문화관광연구원은 관광부문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여행상품 관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싼 해외 여행 상품을 골랐다가 현지에서 쇼핑을 강요당하거나 열악한 서비스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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