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화성탐사선 개발비 딜레마 빠져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화성탐사 계획이 잇따라 차질을 빚으면서 화성 탐사선 우주 개발 비용 문제가 새삼 관심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교신 중단 나흘째인 6일 오전 화성남극착륙선(Mars Polar Lander.MPL)과 6번째 교신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신호도 수신하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이날 밤 7번째 교신을 시도할 계획이나 만약 이번에도 실패하면 사실상 MPL과의 교신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1억6천500만달러의 개발비가 들어간 MPL이 실종된 것으로 결론날 경우 NASA는 화성탐사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될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우주공학연구소라는 자부심에도 큰 상처를 입게 될 전망이다.

화성 탐사 프로젝트 책임자인 리처드 쿡은 "마지막 탄환까지 소진할 시점에 거의 도달하고 있다"고 말해 MPL과의 교신 기대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9월 나사측이 자신있게 내놨던 화성 기후탐사 위성이 궤도진입에 실패, 망신을 당한데 이어 이번에 함께 쏘아 보냈던 쌍둥이 탐사선 `딥 스페이스'' 들도 아직 신호를 보내오지 않고 있으며 실종됐을 가능성이 높아지고있다.

특히 지난 9월 화성 기후 탐사위성 실종은 영국식 힘(에너지)의 단위를 미터법으로 잘못 계산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지난해에 이어 10주만에 화성탐사선 계획이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화성탐사선의 개발비 문제로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딜레마의 핵은 위험성은 높더라도 많은 개발비와 수년간의 노력이 소요되는 단일 대형탐사선을 개발할 것인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값싼 소형 탐사선을 개발, 위험을 분산시킬 것인지의 여부다.

미국은 지난 60년대 이래 화성에 33개의 탐사선을 발사했으나 성공한 경우는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동안 예산과 기술적인 문제를 지배한 것은 "대형 무인 탐사선 탐사 계획이 바람직하다"는 논리였다.
이런 논리는 하지만 지난 93년 미 화성탐사선 옵서버가 궤도진입을 앞두고 엔진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실패로 끝난 뒤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8억달러의 개발비가 들어간 옵서버는 지금 태양 주변을 느린 속도로 선회하며 우주 고아로 남아 있다.

이렇듯 미 과학자들은 `값비싼 바구니에 계란을 모두 담지 말아야 한다''는 압력속에 값싸고 속도가 빠른 탐사선 개발에 나섰다.
이는 하나의 탐사선이 실패하더라도 프로젝트 전체가 치명타를 입는 우는 막자는 계산이었다. 이런 구상은 지난 96년 화성탐사선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발사로 구체화됐다.

유럽우주항공국이 오는 2003년 발사예정인 `마스 익스프레스'' 개발계획인 `비글2 프로젝트''의 수석 과학자인 콜린 필린거는 "소형이고 속도가 빠르며 값싼 소형 프로젝트 개발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개발 기간이 무려 10년이나 걸리고 10억달러의 개발비가 투입되는 탐사계획은 실패할 경우 단번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면서 "따라서 개발기간 3-4년,개발비 1억5천만달러 정도가 투입되는 프로젝트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형 프로젝트일 경우 실패 방지를 위해 실험을 계속해야 하는 만큼 그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실제 8억달러가 투입된 옵서버의 개발비 가운데 임금비만 6억4천만달러를 차지했다.

[워싱턴 AFP.dpa=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