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은 병원입원…신부는 교회서, '스카이프(인터넷 영상전화) 결혼식' 한인 커플 화제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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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입원한 신랑이 인터넷 영상전화 스카이프를 통해 교회에 있는 신부와 결혼식을 올려 화제다.

지난 5일 은혜한인교회 예배당 대형 스크린 앞에는 고운 웨딩드레스를 차려 입은 신부 헬렌 오씨와 500여명의 하객이 신랑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시간 UCI메디컬센터에 입원 중인 사무엘 김(27)씨는 턱시도를 입고 숨을 고른 후 영상전화 앞에 섰다.

잠시 후 스크린에 나타난 김 씨는 "식장에 서서 신부를 마중할 수 없지만 오늘은 하루에 불과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다"면서 "헬렌에게 아름다운 결혼식을 선물할 수 없었으나 앞으로 훌륭한 남편이 돼 오늘 못다 한 것까지 보답하겠다"고 말해 하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주례에 이어 결혼식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신랑신부의 입맞춤 순서가 되자 사회자가 스크린을 잠시 끈 뒤 "키스하는 순간을 보고 싶으면 식장 주변에 있는 웨딩사진들을 보면 된다"고 설명해 참석한 하객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이들이 스카이프를 통해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은 신부 오씨의 아이디어. 신랑 김씨가 입원 중이라 식을 연기하자고 했으나 오씨가 스카이프를 이용하자고 주장했다는 것.

신랑신부는 부모님에게 교회에 대형 스크린이 마련돼 있어 결혼식을 올리는데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며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고 설득해 이뤄지게 됐다. 이날 결혼식은 인터넷을 통해 진행돼 한국과 다른 지역에 있는 신랑신부의 지인들도 지켜보며 메시지를 보내 결혼식을 축하해 주었다.

이들 신혼부부는 1~2개월 뒤 김씨가 퇴원하는대로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날 계획이며 라하브라에 신접을 차릴 예정이다. 신랑 김 씨는 왜 입원 중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기를 원치 않았다.

한편 스카이프로 결혼식을 올린 것은 이들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해 4월 아일랜드 화산폭발로 항공기 운항이 금지되면서 두바이에 있던 신랑과 영국에 있던 신부가 영상전화를 통해 결혼한 일이 있었다.

백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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