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은 그를 ‘오 국보’ 라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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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오 국보(國寶)’라고 부르며 중용했던 오원철(83·사진) 전 대통령 경제수석이 상을 받는다. 한국공학한림원이 8일 오후 5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시상하는 상금 1억원의 ‘한국공학한림원 대상’이다.

 오 전 수석은 우리나라의 산업화 주역으로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 입안과 실행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그가 경제수석(1971.11~79.12)을 그만둔 지 30여 년 만에 정부 훈장 이외에 그 때의 업적을 인정해 주는 상을 처음 받는 것이다.

 그는 수상 소감을 말하기를 무척 쑥스러워했다. "자신이 받을 상이 아니다”라는 이유에서다. 경제성장을 이루게 한 수많은 산업역군들이 받아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지난해에도 같은 상을 주겠다는 제의가 있었으나 고사했다는 그다.

 오 전 수석은 1960년부터 철강과 석유화학·기계 등 중화학 공업의 6대 핵심분야의 육성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그 공적으로 근정훈장을 두 번이나 받았다. 그를 빼고 한국의 경제 성장사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한국이 압축성장을 했다는 학자들의 말에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산업혁명을 했기 때문에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다. 압축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용어를 잘못 선택한 것이다. 선진국 치고 산업혁명을 거치지 않은 나라가 없지 않느냐.”

 오 전 수석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고, 힘이 들어 있었다. 경제수석을 할 때나 지금이나 ‘기술 강국’만이 살 길이라는 그의 확신은 변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 G10(선진 10개국)에 드는 조건도 기술에서 찾아야 하고, 국방력도 강력한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에 나가도 기술력이 있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과학기술인을 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전쟁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며 오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집무실에는 커다란 한반도 지도가 걸려 있었다. 거기에는 남북한 군사력, 병력 배치상황 등이 상세하게 담겨 있었다. 어느 날 박 전 대통령이 나를 불렀다. ‘임자, 전쟁 나면 격납고에서 비행기 꺼내고, 폭탄 장착하고, 그러다 보면 벌써 폭격을 맞은 뒤다. 적의 도발이 있으면 즉각 ‘단추’를 눌러 적을 공격해야 하지 않나.’ 미사일을 개발하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미사일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국방은 박 전 대통령처럼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고 본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도 단추만 누르면 적 진지를 타격할 수 있게 준비를 해뒀어야 한다.”

 오 전 수석은 현재 인천에 있는 한국형경제정책연구소 상임고문으로 있다. 요즘 박 전 대통령 시절의 경제 성장사를 다시 정리하고 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는 한국공학한림원이 수여하는 젊은공학인상을 한종훈(50) 서울대 교수와 지요한(47) 현대자동차 연구위원이 받는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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