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차, 1타 차로 사바티니 놓친 ‘불독’ 양용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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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은 불독 같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Y.E. Yang as a bulldog and why not?)”

 ‘호랑이 사냥꾼’ 양용은(39·사진)이 ‘불독(bulldog)’이란 또 다른 별명을 얻었다. PGA투어 혼다클래식(총상금 570만 달러·약 63억8000만원) 마지막 날 양용은의 맹렬한 추격에 혼쭐난 우승자 로리 사바티니(남아공)는 양용은을 ‘불독’이라고 칭했다.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 PGA 내셔널 골프장 챔피언스 코스(파70·7158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2009년 이 대회 챔피언 양용은은 이날만 4언더파(버디 5, 보기 1개) 66타를 몰아쳐 합계 8언더파로 아쉽게 사바티니(9언더파)에게 1타 뒤진 단독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사바티니에게는 정말 긴 하루였다. 양용은에게 5타나 앞선 9언더파 단독선두로 출발했지만 마지막 18번 홀까지 양용은의 끈질긴 추격에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우리는 그가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하던 모습을 보았다. 알다시피 그와 최경주는 모두 불독이다.” 그는 이런 양용은에 대해 “환상적인 승부사”라고 치켜세웠다.

 사바티니의 얘기처럼 양용은의 샷은 불을 뿜었다. 양용은은 15번 홀까지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며 사바티니를 1타 차로 압박했다. 특히 사바티니는 워터 해저드가 그린을 뱀처럼 완전히 감싸고 있는 ‘베어 트랩(15~17번 홀)’의 첫 번째 홀인 15번 홀(파3·179야드)에서 얼굴 표정이 새까맣게 굳어버렸다.

 양용은이 날린 티샷 한 방이 홀 45㎝에 멈춰 서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송 캐스터는 “레이저처럼 똑바른 홀인원성 샷”이라고 극찬했다. PGA 투어 5승의 베테랑 사바티니는 16번 홀(파4) 5m 버디로 달아났다. 하지만 양용은은 2타 뒤진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이글 기회의 2온에는 실패했지만 3m 버디로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양용은은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과는 컸다. 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준우승을 했고, 올 시즌 세 번째 톱10에 들었다. 시즌 상금도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준우승 상금으로 61만5600달러(약 6억9000만원)를 받은 양용은은 시즌 상금누계에서 106만8396달러(약 11억9600만원)를 벌어들여 상금랭킹 12위에 자리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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