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아시아, 하나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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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고이케 유리코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

중국은 최근까지 아시아 기업 해외 투자의 상당 부분을 유치함으로써 궁극의 투자처로 인식됐다. 그러나 중국 내 임금 인상과 수출에서 내수로의 경제 전환 추진, 일본 기업에 대한 희토류 공급 중단 등은 아시아 기업들의 투자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얼마 전만 해도 아시아 전역의 많은 생산 네트워크가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중국의 임금이 다른 저임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동부 해안지역에서는 유능한 중국인 직원들을 계속 잡아두기 힘들 정도다. 이들 지역의 제조업 평균 임금은 필리핀·태국을 웃돈다.

 중국 정부는 임금이 훨씬 낮은 내륙으로 제조기업들을 이전해 임금 상승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내륙은 숙련 노동자가 적고 운송비가 많이 든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세계 물가를 잡아줬던 저가 중국산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40년 전 일본과 같이 중국 제품도 점차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임금 인상은 인건비가 낮은 아시아 수출국가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베트남의 경우 임금 경쟁력이 높아지며 최근 연 8%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였다. 수도 하노이와 인근 항구도시 하이퐁을 잇는 고속도로 주변에는 한국과 일본 기업의 공장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방글라데시도 아시아 생산 네트워크에 연결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무역과 투자 활성화에 힘입어 제조업이 아시아 저개발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아시아의 경제 통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시아 정부들은 통합을 위한 강제 규정이나 의무에 대해 부정적이다. 위기만이 아시아 정부 공무원들에게 협력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1998년 금융위기 때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 보호주의에 안주하기보다 미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공동 토대를 마련했다. 동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한·중·일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라는 통화 교환 협정을 맺었다.

 아시아 경제가 계속 성장하려면 중국이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만약 중국이 외환 변동폭을 더 확대하면서 달러만이 아닌 주요국 통화에 연동하는 환율체제를 택할 경우, 아시아 생산 네트워크 내 엄청난 무역 흑자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를 전반적으로 높일 것이다. 각 국이 얼마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했느냐에 따라 통화가치 상승폭은 달라질 것이다. 이럴 경우 중국에는 무역 흑자와 엄청난 달러 자산 보유 필요성이 줄어들고 아시아 기업들에는 자국에서 공장을 가동하려는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아시아 지도자들은 아시아 생산 네트워크라는 사실상의 지역 통합으로 인한 공장의 해외 이전 위험을 줄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이익에 관심을 갖고 통화·재정 정책에 대한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전 방위상)
정리=정재홍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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