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군 국가위 “우리가 리비아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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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시민군이 6일(현지시간) 트리폴리 동쪽 라스라누프 인근 빈자와드 지역에서 카다피 친위부대를 향해 다연장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다. [빈자와드 AP=연합뉴스]

카다피(左), 잘릴 전 법무(右)

리비아 시민군과 카다피 친위부대 간 일진일퇴 공방이 연일 벌어지는 가운데 수도 트리폴리 도심에서 6일(현지시간) 격렬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새벽 기관총과 중화기를 발사하는 소리가 도시 전역에서 들렸다고 보도했다. BBC는 “어느 쪽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날 총소리는 트리폴리에서 반정부시위가 시작된 이래 가장 격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리비아 정부는 “미스라타 등 반군에 빼앗겼던 도시들을 탈환한 것을 축하하기 위한 총소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신들은 정확한 총성의 원인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트리폴리 인근 자위야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이날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카다피 친위부대는 수십 대의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우고 자위야를 공격했으며 시민군은 박격포와 자동화기로 맞섰다. 밀고 밀리는 공방전으로 인해 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 측은 또 전투기를 동원해 석유시설이 있는 라스라누프를 폭격하기도 했다.

 시민군과 카다피 측은 국제사회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외교전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시민군의 대표 기구인 국가위원회는 5일 자신들이 리비아를 대표하는 유일한 조직이라고 선언했다. 위원회는 또 반카다피 세력에 합류한 압둘 샬감 전 유엔 주재 리비아대사를 같은 자리에 임명했다. 반정부 인사인 오마르 하리리와 전 인도 주재 대사인 알레 에사위는 각각 국방과 외교 분야를 책임지게 됐다.

 국가위원회 대표인 무스타파 압둘 잘릴 전 법무장관은 “(리비아 제2도시인) 벵가지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며 “유럽·아랍 국가들과 공식적인 접촉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조만간 일부 국가가 우리를 리비아의 대표로 인정한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위원회는 ▶외국 군대의 리비아 진입 반대 ▶카다피군에 대한 공습 및 비행금지구역 설정 ▶용병 유입 통로인 남부 지역 공항 폐쇄 등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을 서방에 전달할 계획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최고지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이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카다피는 6일 프랑스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국제기구들이 리비아 사태에 대해 조사할 경우 방해받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나는 반군 배후인 알카에다에 맞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6일 리비아 현지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실사단을 파견했다. EU는 “리비아에서의 인도주의 활동과 EU 회원국 국민의 대피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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