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식 전도사’ 전성철, CEO들 가르쳐 매출 100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정준양 포스코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김신배 SK 부회장….

 이들 재계 CEO(최고경영자)에겐 공통점이 있다. CEO·임원 교육기관인 세계경영연구원(IGM)동문이다. 2003년 3월 서울 청담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시작한 IGM은 지난해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초기 1개 과정, 80여 명으로 시작해 현재 14개 과정에 2500여 명이 수업을 듣는다. 지금까지 졸업생은 9000여 명. 창립 8주년을 맞아 3일 서울 장충동 연구원에서 만난 전성철(62·사진) IGM 이사장은 “철저하게 공부하는 모임으로 만드는 데 집중한 덕분”이라며 “CEO를 위한 ‘지식 전도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세종대 부총장 시절 ‘지식 비즈니스’에 눈을 떴다. 2000년부터 2년 동안 세종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운영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CEO들끼리 모여 수업은 뒷전이었습니다. 원우회장부터 뽑고 골프 치느라 바빴습니다. 이를 확 바꾸기 위해 교수 대신 외국기업 CEO를 초대해 강의하고 제대로 평가했죠. 그랬더니 수업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최고경영자 과정을 제대로 운영하면 사업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IGM이 집중한 것은 콘텐트. 외부 인사를 끌어오기보다 자체 강사를 키우는 데 힘을 쏟았다. 그는 “연구원 교수들은 한 시간 짜리 강의자료를 만들기 위해 수백 시간을 투자한다”며 “강의 전엔 반드시 리허설을 해 평가를 통과한 20% 정도만 강단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인센티브를 확실히 줘 연구원 교수들이 우수한 콘텐트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전 이사장은 설립 초기부터 ‘3분의 1’ 경영철학을 지켜왔다고 했다. 수익이 나면 3등분해 각각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주주에게 배당하고 ▶회사 경영을 위해 투자한다는 원칙이다. 그는 “연구원들 사이에 ‘1시 클럽’(새벽 1시까지 일하다 간식을 먹는 모임)이 있을 정도”라며 “2~3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강의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콘텐트가 좋지 않고선 CEO를 끌어모을 수 없다”고 말했다.

 폭탄주도 안 된다. 전 이사장은 “‘지식클럽’이란 이름의 과정에서는 폭탄주를 마시면 퇴학”이라며 “네트워크 쌓을 생각으로 참석한 CEO는 배겨낼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대학에서 여러 최고경영자 과정을 들어봤지만 철저히 지식 쌓는 데만 집중하는 모임은 이곳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변호사로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 대학 부총장의 길을 걸어온 전 이사장. 그는 지식 비즈니스를 수출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이달에 뉴욕·로스엔젤레스·베이징·상하이에 IGM 지사를 세운다. 그는 “우리 제조업체는 해외로 많이 진출했지만 지식 비즈니스 모델로 진출한 경우는 드물다”며 “글로벌 CEO들에게 한국의 경영철학을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