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대다수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관계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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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초과이익 공유제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기업의 초과이익이라는 듣기에도 생소한 개념까지 들고나올 정도로 원인이 그쪽에 있는지는 다시 따져야겠으나 우리 사회에서 지난 십수 년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몇 가지 숫자로 상황을 짚어보자. 1999년에 1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는 102만원을 받은 데 비해 10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는 169만원을 받아 격차가 67만원이었다. 10년이 지난 2009년 중소기업 근로자는 235만원을 받은 데 비해 대기업 근로자는 409만원을 받아 격차가 174만원으로 늘어났다. 금액으로나 비율로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다른 통계를 보면 1998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인당 부가가치로 따진 생산성 격차는 69%였는데 2009년에는 생산성 격차가 무려 187%로 벌어졌다.

 요약하면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생산성 증가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임금 증가율도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중소기업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생산성 증가율보다 높은 임금 인상으로 대기업 임금 수준을 따라가려고 애를 쓰지만 워낙 생산성 격차가 커서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확대되는 임금 격차로 인력난은 심해지는 한편 인건비 비중 또한 갈수록 높아지는 인력난과 고비용 구조의 이중고를 초래하게 된다.

 이 같은 격차 확대의 원인을 대기업의 횡포로 돌리려는 입장이 있다. 즉 대기업이 단가 후려치기 등을 통해 협력업체의 매출은 억제하고 자신의 원가는 낮춘다는 것이다. 부가가치는 매출에서 외부 구입가격을 뺀 것이므로 단가 후려치기는 협력업체의 부가가치는 낮추고 대기업의 부가가치는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마디로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못살게 되었다는 시각이다. 이런 시각에서는 당연히 대기업의 부가가치를 뺏어다 중소기업에 되돌려주는 것이 옳다는 정책을 지지하게 된다. 정운찬 위원장의 “대기업의 높은 이익에는 일정 부분 중소기업이 기여하는 바가 있으므로···”라는 시각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이런 경향이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 확대의 근본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흔히 전체 사업체 중 중소기업이 숫자는 99%, 고용은 88%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기업과 근로자는 주로 제조업 분야로서 소수일 뿐 대다수 중소기업과 근로자는 도소매업종 혹은 음식숙박업 같은 서비스 분야에 분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대기업과 거래 관계가 거의 없다. 문제는 이들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제조업의 생산성 증가율의 30~4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다는 데 있다. 대부분 10명 미만의 직원을 두고 가족사업 형태로 운영하는 이들 영세사업장은 대기업 때문에 못사는 게 아니라 대기업과 관계없이 못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업의 이익을 나누어 줌으로써 동반 성장한다는 것은 엉뚱한 과녁에다 화살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살려주는 효과는 없고 대기업만 못살게 하는 부작용 심한 엉터리 시술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경제에서 지난 십수 년간 심화되고 있는 구조적 불균형은 기업 규모 간 격차로 그 현상이 드러나고 있지만 원인은 산업의 변화, 시장의 국제화, 사업구조의 변화, 노동조합의 권력화 등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초과이익 공유제를 비롯해 국회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들은 현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규모 간 격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시스템 전체의 고부가가치화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서비스산업 구조조정, 요소시장의 국제화, 공정한 경쟁 촉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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