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꽃장식의 제1원칙, 색깔을 하나로 통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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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플로리스트 제프 레섬의 제안 세계적 플로리스트 제프 레섬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9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딸 첼시 클린턴 결혼식의 꽃 장식을 담당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그다. 지난해 5월 장동건·고소영 커플의 결혼식 꽃 장식도 그의 아이디어에 따라 이뤄졌다. 대형 이벤트 꽃 장식을 주로 하고 있지만, 그는 일상 속 소박한 꽃 장식의 가치를 높이 산다. 서울 신라호텔 웨딩부문 디자인 컨설팅을 위해 서울에 온 그를 만나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꽃 장식법을 알아봤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같은 색깔, 다른 재질

제프 레섬이 “머리에 깃털 장식을 단 귀부인처럼 우아한 스타일”이라며 소개한 꽃 장식. 분홍과 연보라색이 섞인 수국 다발에 짙은 자줏빛 칼라를 꽂았다.

꽃 색깔을 하나로 통일할 것. 제프 레섬이 제안하는 첫 번째 꽃 장식 원칙이다. 그가 추구하는 스타일, ‘단순(Simple)’ ‘깔끔(Clean)’ ‘세련(Chic)’의 세계에 한번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어서다. 그는 “첼시 클린턴의 결혼식 꽃 장식을 할 때도 이 원칙에 따랐다”고 말했다. 흰 장미와 흰 수국 등 하얀색 꽃들만 사용했다는 것이다.

색을 통일하는 대신 꽃 종류를 다양하게 해 재질에 변화를 주는 건 “보는 사람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그는 “일정 시간 한 종류의 꽃만 본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나”라고 했다. ‘언뜻 볼 땐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다른 꽃이었네’라며 ‘숨은 그림’을 찾아가는 잔재미를 주겠다는 의도다.

좀 더 화려한 연출을 위해 색을 섞어 쓰고 싶다면 딱 한 가지 색만 더하는 게 좋다. 이때도 주조 색을 정해 중심을 잡아준다. 더하는 색을 주조 색과 보색관계에 있는 색으로 하면 생동감이 강조되고, 주조 색과 비슷한 계열을 쓰면 우아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꽃을 꽂을 때는 일단 부케처럼 꽃다발을 만들어 리본으로 묶은 뒤 꽃병 높이에 맞춰 줄기를 자르고 꽂는다. 오아시스(수분을 머금은 스펀지)를 이용할 때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보인다.

꽃병의 색깔과 테이블보의 색을 통일하는 것도 세련된 꽃 장식법 중 하나다. 단정하고 차분한 느낌을 줄 수 있어서다. 꽃병과 테이블보가 빨강·금색 등 강렬한 색이더라도 두 색을 통일하는 것만으로 들뜬 느낌은 사라진다.

제프 레섬은 새봄 파티 아이디어로 ‘플라워 파티’를 제안했다. 초대한 손님들에게 “○○색 꽃을 한 줌씩 가지고 오라”고 주문하라는 것이다. 색깔만 정해진 상태니 제각각 자신의 취향대로 장미·튤립·수국 등 다양한 꽃을 가져올 테고, 이렇게 모인 꽃으로 그날 파티 꽃 장식을 하면 된다. ‘같은 색깔, 다른 재질’이란 멋스러운 원칙이 저절로 지켜지는 셈이다.

비스듬히 … 대롱대롱 …

하얀색 칼라 꽃다발을 꽃병 입구에 비스듬히 걸쳐 장식했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멋을 강조한 장식법이다.

파격적인 시도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레섬은 자신의 ‘시그니처 스타일’(자신만의 감각을 드러낸 스타일)로 한쪽으로 기울이는 꽃 장식법을 들었다. 긴 유리병에 물을 높이 채운 다음 같은 길이로 자른 꽃 한 다발을 꽃병 입구에 비스듬히 걸치는 방법이다. 꽃 줄기 끝부분에 살짝 힘을 줘 구부린 뒤, 꽃병의 내부 한쪽 면에 기대놓으면 된다. 서양란·장미 등 줄기가 두툼한 품종에 시도할 수 있다. 이런 장식법은 꽃의 형태미뿐 아니라 줄기의 곡선미까지 강조돼 한층 현대적인 맛을 준다. 또 줄기가 물에 깊숙이 잠기지 않아 덜 썩게 돼 꽃이 신선한 상태로 오래 유지되는 장점도 있다.

꽃을 줄기째 실이나 리본으로 묶어 거꾸로 매다는 것도 해볼 만한 장식법이다. 이 역시 칼라(calla)와 서양란처럼 줄기가 두툼한 꽃에 가능한 방법인데,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닷새 정도는 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시든 꽃은 꽃봉오리만 떼내 장식

꽃이 시들었다 싶으면 과감하게 꽃봉오리만 떼내 활용한다. 꽃을 ‘생명체’라 생각하고 너무 조심스럽게 다루면 세련된 연출이 어렵다. 그냥 디자인 측면에서만 생각하는 게 좋다.

장식법은 간단하다. 떼어낸 꽃봉오리를 물이 담긴 투명 유리병에 띄우기만 하면 된다. 봉우리가 작은 장미나 국화는 물 위에 여러 송이 빼곡하게 띄우는 게 좋고, 봉오리가 큰 수국은 하나만 띄워도 멋스럽다. 서양란처럼 꽃이 줄기를 따라 길게 늘어진 품종이라면, 항아리 형태의 유리병에 물을 채운 뒤 꽃송이가 달린 줄기를 병 벽 면을 따라 깊숙이 집어넣는다. 꽃봉오리가 물속에 잠기며 색다른 분위기를 나타낸다.

완전히 시들어버린 꽃은 꽃잎을 낱장 낱장 떼어내 물 위에 띄운다. 시들시들한 꽃잎을 살려내는 데는 온수가 유용하다.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꽃잎을 20∼30분 정도 담갔다 꺼내 마른 수건 위에 올려두면 다시 생기를 찾는다.

초보자들이 테이블용 꽃 장식을 할 때는 꽃병에 꽂아 세우는 것보다는 이렇게 물에 띄우는 게 손쉽다. 꽃병 모양도 원통형보다 사발 형태가 연출하기 쉽다.

꽃 장식법 배울 수 있는 곳

까사 스쿨 www.casaschool.com

올리브가든 www.iolivegarden.co.kr

소호앤노호 www.sohoandnoho.com

애플블라썸 www.appleblossom.co.kr

라진느 www.lajine.com

라끌레르 플라워 앤 파티 laclaire.co.kr

플라워 라비타 www.flowerlavita.com

*자료: 각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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