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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 조찬기도회, 벤치마킹해 보자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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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3일 개최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을 꿇고 통성 기도를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입장이 이해는 간다. 모임을 주재한 목사가 “다 같이 무릎 꿇고 기도하자”는데 혼자 의자에 앉아 있으면 무슨 소리가 나오겠는가. 게다가 이 대통령은 장로다. 기독교계가 “장로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공격할 수도 있다. 그것까지 계산해 대통령이 꼼짝 못할 것을 알고, 그런 요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의 시선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점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찬기도회의 원조는 미국이다. 1953년부터 조찬기도회를 해 왔다. 지난달 3일 워싱턴DC에서 제59회 국가조찬기도회(National Prayer Breakfast)가 있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래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참석해 온 행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기독교 신앙을 의심하는 국민들이 많아 고민해왔다. 그래서 그는 지난달 조찬기도회에서 “일과를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낸다”고 강조했다. 20퍼센트나 되는 미국인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무슬림이라고 오해하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미국의 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의 무릎을 꿇게 했다는 기록은 없다. 그런데도 일부에서 대통령이 조찬기도회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교를 인정하지 않고, 정치가 종교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원칙을 깨는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도 대통령의 조찬기도회 참석에 반대하는 ‘미국무신론자모임’ ‘종교로부터의 자유 재단’과 같은 단체들이 미국 내 20여 개 도시에서 반대 모임을 개최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의 조찬기도회 참석 반대 운동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이번 ‘통성 기도’ 논란처럼 특정 종교가 국가원수를 좌지우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말이다.

조찬기도회는 그 자체로 매우 좋은 행사다. 대통령과 종교인들이 모여 나라가 잘되기를 기원하자는 것 아닌가. 미국의 조찬기도회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조찬기도회는 열려있는 행사다. 상·하원 의원과 각료들은 당연히 참석하고 각국 외교사절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과 총리 등 100여 개국에서 수천 명이 온다. 올해에는 지난해 칠레 광산에서 매몰됐던 호세 엔리케가 초대받아 연설도 했다. 개신교가 중심이지만 다른 교단·종교에도 개방돼 있다. 우리의 국가조찬기도회도 보다 개방적이고 종교와 정파를 초월한 축제적 행사가 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 모두가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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