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의 왜곡’에 속앓이 하는 삼성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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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패드2를 처음으로 들고나온 3일, 삼성전자 홍보실에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잡스가 한 미국 언론의 오보를 인용해 삼성전자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의 판매량에 대해 “유통사에 판 것은 200만 대를 넘었지만 소비자에게 실제 판매된 것은 아주 적었다더라”라고 발언했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 측은 “발언의 근거가 된 기사는 이미 오보로 밝혀졌다”면서도 그 이상의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해명은 극구 피했다. 반박 자료를 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갤럭시탭이 아이패드와 태블릿PC 대전을 벌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무대응은 상식적인 반응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속앓이’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애플은 통신기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동시에 반도체 등 부품 분야에서는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몇몇 해외 정보기술(IT)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아이폰4의 내부’라는 자료가 국내외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4에 탑재된 18개 주요 부품 중 삼성 브랜드 제품은 네 가지에 이른다. 각 부품의 가격도 공개돼 있다. 플래시 메모리 칩은 27달러, D램 메모리는 13달러80센트, 프로세서는 10달러75센트, 배터리는 5달러80센트다. 총 57달러35센트로, 18개 부품 총액(187달러51센트)의 31%에 달한다. 이 중 배터리만 삼성SDI 제품이고 나머지는 삼성전자 제품이다. 자료를 보면 LG 브랜드 부품도 LCD디스플레이, 카메라 부속품 등 38달러어치나 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에 애플은 소니에 이어 둘째로 큰 거래처다. 지난해 11월 말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체 매출의 3.7%에 달하는 1조4884억원어치 부품을 애플에 납품했다. 소니(3.9%, 1조5689억원)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올해는 그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패드2, 아이폰5 등 삼성 부품이 들어간 애플의 신제품들이 줄줄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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