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비빔밥 (8) 연습은 않고 ‘연구’만 하면 스윙이 꼬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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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일러스트 강일구]


이제 봄이다. 묵혀놓았던 클럽을 꺼내고 샷을 갈고 닦을 시간이다. 사실 겨우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은 자에게만 봄이 와야 하는 건데 골프의 봄은 아무에게나 온다. 지금까지 연습을 못한 자신을 과감하게 용서하고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부터라도 연습을 시작하자. 본격적인 시즌맞이 연습을 시작함에 있어 한가지는 정말 강조하고 싶다. ‘제발 연구 좀 하지 말라’는 거다. 나는 주말 골퍼들이 연습장에 연습하러 가서 왜 연구를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눈에 보이는 요소들을 조합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동안 스윙은 누더기가 되고 있다. 스탠스, 그립, 테이크백, 클럽 페이스의 각도 등 아주 사소한 몇 가지의 요소만을 가지고 각종 인체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부분이 불완전하더라도 전체가 좋으면 좋은 것인데 부분에 집착하면 할수록 전체는 점점 더 일그러져 간다. 연습을 하러 갔으면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놈의 연구’ 때문에 스윙은 하루도 안정될 날이 없다.

연습의 요체는 무엇인가? 반복이다. 그리고 반복을 통한 일관성의 확보다. 구질과 탄도가 어떻든 10개의 공을 쳐 7~8개가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습이다. 슬라이스든 훅이든 상관없다. 스윙을 교정하거나 레슨을 받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그것이다. 다른 병도 그러하듯이 일관성이 없으면 치료고, 레슨이고 아무것도 안 된다. 그렇게 해놓고 이 결과를 어찌할 것인가를 차분하고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걸 병이라고 볼 것인가. 그냥 살 것인가. 일관성이 확보된 샷은 그것이 어떤 구질이든 스코어를 내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그래서 마음골프학교에서는 고행의 길로 들어서지 말고 그냥 즐기라고 권한다. 그렇지만 꼭 교정을 해야겠다면 견적을 정확히 내봐야 한다. 얼마만 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인지를!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덤비지만 냉정하게 견적을 내주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즐기는 쪽을 택한다.

연습장에 가서 스트레칭이나 빈 스윙으로 충분히 몸을 풀고 난 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측정’을 하는 것이다. 클럽별로 각각 10개의 샷을 해보는 거다. 오랜만에 샷을 해보는데 지난해 가을의 샷이 나오는지 아닌지 담담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이다. 거리가 줄지는 않았는지 산포도나 탄도는 어떤지를 살펴본다는 말이다.

우드, 롱 아이언, 미들 아이언, 쇼트 아이언, 웨지 샷…. 실전의 샷처럼 진지하게 루틴을 지켜가면서 그렇게 하나 하나 측정을 하다 보면 사실 한 시간도 모자란다. 연습은 그런 것이다.

프로들을 교육할 때도 강조한다. 연습장에서건 필드에서건 뭔가 스윙이나 샷을 연구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병이 들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스윙 만들기는 빈 스윙으로 하는 것이고, 연습장에 가는 것은 측정하러 가는 것이라면, 필드에 나간다는 것은 측정된 각종 무기의 성능을 토대로 치밀하게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일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이 봄, 연구만 안 해도 스코어는 훨씬 좋아질 것이다. 지금의 스윙과 샷을 긍정하고 사랑하자.

마음골프학교(maum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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