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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외계인 습격에 비상령 … 군 출동해 UFO 폭파 시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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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 남성이 우연히 촬영한 랭커스터 폭격기 뒤의 UFO(사진 위). 은퇴한 공군 장교가 스리랑카에서 찍은 오렌지색 도넛 모양의 UFO(가운데). 목격자가 직접 그린 미스터리 서클을 만드는 외계 우주선(아래).

1967년 9월 4일 아침, 영국군과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에일리언(외계인)이 공격한다”는 내용이었다.

 잉글랜드 남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6개의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일직선으로 날아갔다고 공군에 신고하자 정보부와 국방부가 이를 외계인의 공격으로 판단해 비상 동원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6개의 비행물체 중 하나는 출동한 군 폭발물 처리팀에 의해 폭파됐고, 또 하나가 군부대에 의해 입수돼 국방부 정보팀이 조사에 나섰다. 결론은 UFO가 아니라 판보로 기술대학의 공학도들이 만들어 띄운 장난감이었다. 영국 정부는 12시간 만에 비상 상황을 해제했다.

 영국 정부가 그간 비공개로 보관해 온 UFO 관련 자료 35건(8500쪽 분량)을 기밀 해제하고 3일(현지시간) 인터넷에 공개했다.

 자료는 목격자들이 제출한 사진·그림, 국방부와 목격자 사이에 오간 편지, 공군의 비공개 조사 결과, 의회의 UFO 관련 토론 내용 등이다. 97~2005년 상황이 대부분이지만 50년대 문건도 포함됐다. UFO 목격자들은 일반인뿐 아니라 공군 장교, 경찰 등도 있었다.

 자료에서 표현된 UFO의 형태는 캐러멜처럼 생긴 매끈한 물체, 반지형, 해파리형 등으로 다양했다.

 98년 10월에는 외계인에게 납치됐었다는 런던에 사는 한 남자의 증언도 있었다. 이 남자는 국방부 조사에서 “집 주변을 맴돌던 시가형 몸체에 날개가 붙은 UFO에 한 시간 정도 납치됐고 그사이 시간이 멈췄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영국 국방부는 “UFO는 비행선인 것 같고, 그날 당신의 시계가 한 시간 뒤로 돌려져 있었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은퇴한 공군 장교가 스리랑카에서 촬영한 도넛 모양의 오렌지색 물체 사진도 공개됐으며, 지상으로 떨어지는 위성 파편을 UFO로 오인한 것과 관련해 영국 정부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와의 신경전을 담은 보고서도 있다.

특히 UFO가 목격됐다는 신고는 77년 435건에서 이듬해 750건으로 크게 늘기도 했다. 77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미지와의 조우 ’가 큰 인기를 모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UFO와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존재가 세계 곳곳에 남긴 흔적들을 과학자들이 추적하는 가운데 주인공이 UFO와 마주친다는 내용이다.

 영국 국방부는 “영공에서 적대적 또는 무허가 비행이 발생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UFO 관련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영국의 국가기록보관소 홈페이지(www.nationalarchives.gov.uk.ufos)에서 한 달간 무료로 볼 수 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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