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설(世說)

북한 정보 수집, 이대로면 위험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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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안광복
전 국정원 기조실장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북한의 김정일은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고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재스민 혁명의 불똥이 튈까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통상 2~3월에는 한·미 군사훈련을 두고 북한 측이 시비를 걸어오는 것이 상례화돼 있다고 하나 이번 3월은 중동사태까지 맞물려 있어 북을 둘러싸고 있는 내외의 환경이 예사롭지 않다. 이런 상황이면 북의 김정일이나 군부의 과거행태를 볼 때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우리로서는 북이 어떤 말을 해도 어떻게 나와도 위축될 필요도 없고, 원칙대로 우리의 자세를 견지해 대비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절대 필요한 것이 북한에 대한 정보다. 북한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제때에 가지고 있어야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사전에 대비할 수가 있다. 그러면 지금 우리나라의 정보기관들은 북한 정보 수집·분석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가. 정보관계자들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자신이 없다.

 정보기관은 국가정보기관과 부문정보기관으로 나뉜다. 국가정보기관은 각 부문정보기관의 정보활동을 감독·조정·협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는 국정원이 국가정보기관 역할을 하면서 각 정보기관을 이끌고 있는데 바로 이 국정원이 흔들리고 있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정원 요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으로 국정원 내부가 동요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북한 정보 수집·분석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형식적으로는 시스템이 가동되겠지만 담당 요원들이 업무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점에 국가정보공동체가 100% 가동돼도 안심할 수 없는데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이렇게 흔들린다면 국가안보의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여러 가지 어수선하고 경황이 없겠지만 국정원 지휘부는 어느 한 문제에 함몰되지 말고 소명의식을 갖고 북한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국정원을 포함한 모든 기관의 대북 정보망을 재점검하고 기관 이기주의에서 탈피해 바늘 하나라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사전대비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안광복 전 국정원 기조실장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