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뒷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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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가축전염병 문제와 관련해 미흡한 예방과 홍보·교육, 뒷북 방역 등의 정부 대책에 우려를 표한다.” “기상이변 속출, 뒷북 예보 언제까지 할 건가.” “정보기관의 어설픈 공작이었다는 얘기와 함께 경찰의 뒷북 수사 의혹 도 구설에 올랐다.”

  일이 다 끝난 뒤 뛰어들어 쓸데없이 수선을 떠는 경우 “사고가 터진 후에 뒷북치며 수습해 봤자 소용없다”에서처럼 ‘뒷북친다’고 한다. 의아한 것은 ‘뒷북치다’는 사전에 있는데 ‘뒷북’은 없다는 점이다. ‘뒷북치다’의 구성이 ‘뒷북-치다’인 것으로 보아 ‘뒷북’이란 말이 먼저 존재하고 나서 ‘뒷북치다’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정작 ‘뒷북’은 사전에 없다.

  모든 단어를 사전에 실을 수는 없다는 걸 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예문에서 보듯이 ‘뒷북 방역[예보, 수사]’의 경우 사전대로 쓰려면 ‘뒷북치는 방역[예보, 수사]’이라고 해야 한다. 물론 ‘치는’이 생략됐다고 할 수 있지만, 조사(助詞)나 ‘-하다’와 달리 이런 요소가 생략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보다는 ‘뒷북’이란 명사를 설명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뒷북 방역[예보, 수사]’처럼 명사 가 관형어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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