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22개국 5만 명 진료 … 7000명 백내장 무료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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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명동의 한 사무실,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지도에 군데군데 노란색 압정이 꽂혀 있다. 아프리카·아시아 일대의 22개 국가를 표시한 것이다. 명동성모병원 김동해(47·사진) 원장이 봉사단체 ‘비전케어’를 이끌고 2002년부터 개안수술 봉사를 다녔던 곳이다. 9년 동안 82차례 방문, 5만여 명 외래진료, 7000회의 수술, 참여 의사만 70명이 넘는다.

 김 원장은 1년에 5개월은 해외에 나가 있다. 25일 사무실에서 만난 그에게 가족들이 불만이 많겠다고 하자 “아내와 세 아이가 처음엔 싫어했는데 몇 번 봉사를 같이 다니더니 포기했다. 내 계획에 넘어간 셈이다”며 웃었다.

 돈 잘 버는 안과의사였던 그의 삶을 바꾼 것은 2001년 9.11 테러였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궁핍과 질병에 시달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시작은 파키스탄이었다. 두 달 간의 현지조사를 통해 백내장 수술을 선택했다. 전 세계 실명 원인 1위이지만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유일한 질환이기도 하다. 안과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환자가 많다. 자비 1억5000만원 들여 시작한 활동이 탄력을 받아 9년을 이어왔다. 그는 “시력을 되찾아 새 삶을 꾸려 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즐거움은 정말 크다”고 했다. 최근엔 제 26회 아시아·태평양 안과학회 실명예방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원장은 ‘한국형 원조모델’을 제시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물은 현지인도 팔 수 있다. 우리나라의 똑똑한 인력과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 있는 원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보여주기식 원조’가 아니라 지속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도 했다.

앞으로 계획 중인 것은 ‘이동 안과병원’이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해 병원에 갈 수 없는 아프리카 주민을 위해 이동병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인 고 이태석 신부도 지지하던 프로젝트였다. 김 원장은 “신부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한 세미나에서 만났는데, 수단에도 그런 이동병원이 꼭 필요하다고 했었다”며 “지금 신부님은 계시지 않지만, 언젠가는 수단에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네팔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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