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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불똥 맞은 블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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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토니 블레어(Tony Blair·사진) 전 영국 총리가 리비아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익 차원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와 가깝게 지낸 탓이다.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를 테러 지원국가에서 테러에 맞서 싸우는 협력국가로 만드는 것이 좋은 일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며, 리비아를 핵무기 개발 국가에서 온건 국가로 만드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블레어는 또 “지난달 25일 카다피와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며 “그에게 물러날 때라고 말했지만 그는 리비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부정하며 사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백 명이 숨진 이번 사태에 자신도 충격을 받았다며 “리비아 국민이 바라는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가능한 한 빨리 카다피가 한쪽으로 비켜서 새 지도자가 (정권을) 넘겨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블레어는 총리 시절 리비아를 국제사회로 복귀시킨 인물로 꼽힌다. 리비아는 1988년 270명이 숨진 미국 팬암기 폭파사건 등 각종 테러행위 주범으로 지목돼 유엔과 미국 등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았다.

블레어는 카다피가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하는 등 대화 의지를 비추자 2004년 트리폴리에서 카다피를 만났다. 결국 그해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해제됐다. 하지만 일부에선 당시 BP 등 영국계 정유사가 리비아 내 석유탐사권을 따는 등 혜택을 받았다며 블레어의 리비아 방문을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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