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띄우겠다” “곤란하다” … 벡스코-해운대구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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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 FRP 산업이 벡스코 요트 사업에 투입하기 위해 건조한 요트를 시험 운항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1일 부산시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 계류장. 카타마란(Catamaran.쌍동형) 형태의 대형 요트한척이 묶여 있다.

 길이 52피트(16m) , 승선인원 29명 짜리인 이 요트는 벡스코가 운항하기 위해 가져왔으나 해운대구로 부터 공유수면 사용허가를 받지 못했다. 벡스코가 공유수면 사용허가를 지난해 8월에 신청했으니 8개월째다

 벡스코가 요트운항을 하려는 이유는 경쟁이 치열한 전시컨벤션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벡스코는 주로 행사장소 결정권을 가진 실사단이 벡스코를 찾을 때 접대용으로 요트를 운항할 계획이다. 실사단이 김해공항에 도착하면 다대포에서 요트에 태워 태종대·오륙도 등 부산 앞바다를 거쳐 해운대에서 내린 뒤 벡스코로 오는 코스를 검토하고 있다. 또 행사 참석자와 바이어들을 태우고 부산 앞바다를 운항할 계획이다.

 벡스코는 지난해 11월 열린 국제게임전시회인 G-스타 2010 대회 참가자들을 이 요트에 태울 계획이었으나 운항 허가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지난해 벡스코에서 열린 G-스타 대회는 상담금액 8억7000만 달러(상담건수 3550건) ,계약금액 1억9800만 달러(166건)로 생산유발액이 607억8000만 원으로 기록됐다. 이는 연매출 30억 원 규모의 게임업체 20개를 운영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벡스코 조숙은 전략사업팀장은 “ 경제적 효과가 큰 행사는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실사단에게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해 다음 행사도 유치하려는 게 요트운항의 목표”라고 말했다.

 해운대구청이 공유수면 허가를 미루는 이유는 해운대 유람선 업계의 반발과 우동 어촌계의 보상요구 때문이다. 유람선 업계는 벡스코가 운항하는 요트에 손님을 빼앗길까봐 걱정하고 있고, 어촌계는 해녀들의 해산물 채취 작업이 지장 받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해운대구 이석균 건설행정팀장은 “우리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동백섬 마리나가 요트사업을 시작 하면서 어촌계에 보상을 해줬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벡스코에만 민원 해결 없이 허가를 내주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요트 운항허가가 미뤄지면서 요트 제작업체인 광동 FRP 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벡스코는 허가가 나면 광동 FRP 산업과 요트 임대계약을 맺고 운항할 계획이다. 하지만 허가가 미뤄지면서 요트업체는 건조비 13억 여원을 회수하지 못한 채 매달 계류비만 날리고 있다.

  광동 FRP 산업 관계자는 “요트 손님들이 횟감을 사준다면 어촌계도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 요트운항과 민원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글, 사진=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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