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대투 부실 실상과 경영정상화 일정]

중앙일보

입력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대한 실사결과 부실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 대대적인 책임추궁이 예고되고 있다.

금감원은 두 투신의 경영정상화조치를 지켜본 뒤 내년초께 부실책임 규명 특검을 실시해 책임이 드러난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 강도높은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경영진은 연내 물갈이 하기로 했다. 새로운 경영진은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으며 관료출신은 배제하기로 했다.

◇부실의 실상= 금감원의 자산부채 실사결과 두 투신은 고유계정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고객재산에서 차입한 이른바 연계콜과 대우채권, 확정 이자를 지급하는 신탁형 상품에서 엄청난 손실을 내 당초 예상보다 부실규모가 컸다.

한국투신은 부채총계는 4조4천834억원인 반면 자산은 2조592억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2조4천242억원 초과했고 대한투신은 부채 2조6천596억원, 자산 1조7천686억원으로 부채가 8천910억원 많았다.

두 투신의 연계콜 규모는 한국투신이 2조3천억원, 대한투신이 1조5천억원이었으며 대우채권에 따른 손실은 한국투신이 9천44억원,대한투신이 4천686억원이었다.

확정이자를 지급하는 신탁형증권저축상품의 손실규모도 컸다. 한투는 5천386억원, 대투는 3천417억원이었다. 기업부도 등으로 편입된 채권이 부실화됐기 때문이다.

한국투신은 지난 96년 러시아 지방채에 투자했던 펀드 247억원을 고스란히 날렸고 원리금 보장각서 등을 써주는 등으로 775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대한투신은 현재 떠안고 있는 대우관련 어음문제로 실사결과보다 손실규모가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종금사 자발어음 7천억원, 대우계열사 진성어음 3천억원, 대우증권에 콜자금으로 물린 2천억원 등 1조2천48억원은 아직 손실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이번 실사에서 부채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실책임추궁= 금감원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에 대해 정부가 취했던 조치가 한투.대투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에 책임이 있는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현재로서는 경영정상화가 시급한만큼 별도의 부실책임규명 특검을 통한 책임추궁을 내년 초쯤으로 계획하고 있다.

금감원은 두 투신이 고객자산운용 부문에서 모럴해저드가 심각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물을 방침이다.

◇경영정상화= 정부는 우선 오는 10일 두 투신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뒤 감자 및 증자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자본금은 법정 최저자본금(100억원)만 남기고 모두 감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17일 한국투신에 6천억원, 대한투신에 3천억원을 현물 출자해 두 투신을 국영화하기로 했다. 한국투신 투입분은 기업은행주식, 대한투신 투입분은 담배인삼공사 주식이다.

이어 28일께 산업.기업은행과 기타 금융기관 출자분 1조4천억원과 7천억원을 각각 수혈해 공적자금 투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한투에 2조원, 대투에 1조원이 각각 투입된다.

공적자금투입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부실은 영업 이익과 비용 절감 등을 통해 보전하기로 했다. 모든 임직원이 부실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의미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와 함께 두 투신의 경영진을 연내 대거 물갈이할 방침이다.이를 위해 현재 전문가를 중심으로 최고 경영자 물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입대상에서 관료출신은 배제하기로 했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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