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고장·운행중단 … 코레일, 주말 하루 2건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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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코레일이 운영하는 열차가 주말 하루 동안 두 건의 사고를 일으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KTX 개통 7년 만의 첫 탈선사고(11일)에 이어 2주 사이 KTX는 물론 경인선·경의선·경춘선 등에서 줄줄이 사고가 난 것이다. 이에 따라 코레일의 감독기관인 국토해양부와 국회가 철도 안전대책 마련과 사고 관련자 문책 등을 검토하고 있다.

 광명역 탈선사고를 낸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은 이번엔 기관이 고장났다. 26일 오전 9시27분쯤 동대구역을 출발한 KTX산천 354호 열차는 김천구미역 인근에서 기관 출력 이상으로 속도가 시속 300㎞에서 150㎞로 떨어졌다. 코레일은 이 열차를 대전역까지만 운행하고 승객 600여 명을 비상열차로 갈아태웠으나 목적지인 서울역에는 예정시간보다 39분 늦게 도착했다. 춘천에서 서울로 향하던 경춘선 급행전철은 같은 날 오전 7시20분쯤 청평역에서 멈춰섰다. 코레일은 열차의 고장 원인을 찾지 못해 운행을 포기했고, 승객들은 뒤이어 도착한 일반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고장 여파로 승객들은 예정시간보다 40분 늦게 종점인 상봉역에 도착했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

 하지만 코레일은 “인명피해는 없지 않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광명역 탈선사고 때는 “전국의 철로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해 재발을 막겠다”고 했으나 사고가 잇따르자 “열차의 크고 작은 사고는 으레 있는 법”이라는 태도로 바뀐 것이다. 허준영 사장도 2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허 사장은 KTX의 열감지장치 사고와 관련해 “사고는 무슨, 사람이 다쳤습니까. 좀 이상신호가 들어오니까 점검하고 다시 출발한 건데 무슨 큰일 난 것같이. 그게 그냥 어디까지나 작은 고장인데…”라고 말했다.

 배준호 한신대 교수(고속철시민모임 대표)는 “최근 고속철 사고는 차량이나 선로가 노후화되는 시점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최고경영자의 생각이 이렇게 안이해서야 재발 방지 대책이 제대로 나오겠느냐”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기존 KTX는 더 자주 정비하고 지난해 3월 투입된 산천의 안전성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모(48·서울 노원구)씨는 “코레일 직원들도 허 사장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텐데 이 사람들을 믿고 고속열차를 타야 한다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허 사장의 인터뷰를 접한 한 트위터러(gaecha69)는 “열차 안전도 안전이지만 국민을 대하는 공기업 사장의 태도가 이렇게 오만불손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책임론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송광호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주 초 상임위를 열어 코레일 열차의 안전대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겠다”며 “코레일은 인명 피해만 없다고 강조하기보다 국민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를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 최정호 철도정책관은 “코레일의 열차 운영이나 관리체계 등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 중”이라며 “코레일의 직무유기나 과실 등이 밝혀지면 관련자를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장정훈 기자

열차 사고에 대한 코레일의 반응

▶11일 광명역 탈선사고 후

김흥성 대변인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전국 철로에서 운영체제 전반을 재점검하고 있다”

▶23일 경의선 정전사고 후

김흥성 대변인, “인명 피해는 없지 않았나. 열차는 체계가 복잡해 언제든 크고 작은 사고가 날 수 있다”

▶25일 KTX 열감지장치 사고 후

코레일 관계자, “고속열차는 수없이 많은 부품이 있는데 한 군데쯤 고장 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26일 KTX산천·경춘선 사고 후

허준영 사장 “사고는 무슨, 사람이 다쳤습니까. 무슨 큰일 난 것같이. 그게 그냥 어디까지나 작은 고장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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