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Shot] 암흑에너지 찍는 카메라 … 우주 137억 년 비밀 벗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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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암흑에너지 카메라(DECam)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노란색 둥근 틀은 초점을 맞추기 위해 DECam을 돌릴 때 쓰는 장치다. 흰색 원통에는 초정밀 초점 렌즈 5개와 대형 셔터 등이 장착돼 있다. 오른쪽 지도는 칠레 천문대에서 촬영한 별 사진을 광케이블을 통해 미 국립수퍼컴퓨터센터로 보내는 개념도다. 지도 아래 사진은 ‘세로 토롤로 칠레천문대’로 수도 산티아고 북쪽 460㎞ 지점의 빅터 산 정상(해발 2200m)에 위치해 있다. 고도가 높고 공기가 맑은 데다 인공적인 불빛도 없어 우주 탐구에 최적지로 꼽힌다.<사진크게보기>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 그 끝은 어디일까. 우주 탄생의 비밀과 우주 팽창의 원인·과정 등을 밝혀낼 세계 최대의 카메라 ‘DECam(암흑에너지 카메라)’이 마침내 완성됐다. 8년이란 시간과 3500만 달러(약 395억원)의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다. 최근 미국 시카고 페르미연구소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 카메라는 2층 건물 높이에 무게만 4t에 달한다. 올 6월 미국이 운영하는 ‘세로 토롤로 칠레천문대’로 옮겨져 4m 크기의 블랑코 망원경에 장착될 예정이다. 이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우주 촬영을 시작한다. 이 카메라는 우주의 암흑에너지(dark energy)를 촬영함으로써 우주 생성 이후 137억 년 동안의 팽창 과정을 설명할 자료를 제공하게 된다.

 카메라는 특별하다. 우선 센서(CCD)가 74개나 붙어있다. 지구로부터 수십억 광년 떨어진 초신성과 은하에서 오는 희미한 불빛까지 잡을 수 있다. 센서 크기도 크다. 일반 디지털카메라는 손톱만 한 데 비해 이 카메라는 가로 6㎝X세로 3㎝ 크기의 ‘대형’ 센서를 장착한다. 이 대형 센서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최소 광도의 1000만 분의 1까지 감지할 수 있다. 촬영한 사진 한 장의 용량도 1기가 바이트로 웬만한 디지털 카메라 사진 1000장 분량이다. 사진 한 프레임에는 지구에서 본 달 면적의 20배가 찍힌다.

 암흑에너지 연구팀은 칠레천문대에서 향후 5년간 남반구 하늘의 별과 은하를 촬영할 예정이다. 하룻밤에 대략 400여 장을 찍어 실시간으로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국립수퍼컴퓨터센터(NCSA)에 보내 연구자료로 활용한다. 우주 팽창 이론은 1929년 천문학자인 에드윈 허블이 처음으로 발표했다. 멀리 있는 별을 관측한 결과 별이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이론이다. 1998년에는 ‘Ⅰa형 초신성’을 관측하던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애덤 리스 박사 팀이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른바 우주 가속팽창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주의 밀도를 계산한 과학자들은 알려진 물질만으로는 우주 전체 밀도의 4.6%밖에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머지는 알 수 없는 에너지와 물질, 즉 암흑에너지(72.7%)와 암흑물질(22.7%)이라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카메라가 찍은 데이터를 분석, 지구로부터 수십억 광년 떨어진 초신성과 은하의 적색편이(redshift)를 측정해 별들의 폭발 당시 상태를 추정하고 우주 가속팽창의 실마리를 찾을 예정이다. 적색편이는 은하가 지구로부터 빠르게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빛이 붉은 빛, 즉 긴 파장 쪽으로 몰리게 되는 현상을 말하며 이를 통해 우주가 어떤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글·사진:시카고=신동연 지식과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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