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일등 공부법’ 심층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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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부를 잘한다는 서울대생들은 초·중·고 학생 시절 어떻게 공부했을까. 교육·출판기업인 교원이 지난해 서울대 학생들에게 ‘학창시절 어떻게 공부했는가’ 물었다. 코 앞에 닥친 새 학년, 어떻게 공부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그 결과를 분석해봤다.

고교 공부실력은 초·중 때 만들어져

교원이 지난해 서울대 재학생 129명에게 공부방법을 물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이 초·중학교 때부터 우등생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심층인터뷰를 하기 위해 무작위로 선정한 12명 중 단 1명만 고교에 가서 성적이 올랐다.

설문을 조사·분석한 교원 교육연구본부 김은경 연구원은 “우등생이 되는데 필요한 학습능력이 대부분 초·중학교 때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초·중 시절 학습태도가 고교 공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벼락치기식 성적역전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설문에 참여했던 이상훈(20·서울대 의예과 1)씨는 “동기생이나 선·후배들을 봐도 초·중학생 때 저조하던 성적이 고교 때 갑자기 뛰어오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고교에 가서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에, 초·중학생 때 공부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사교육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태도 갖춰

서울대생들은 흔히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했다”고 말한다. 이를 김 연구원은 “사교육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장·단점에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설문 결과 사교육을 ‘이용했다’는 응답(85.3%)이 ‘이용하지 않았다’는 응답(14.7%)보다 많았다. 사교육을 시작한 시기는 중학교(36%)와 초등4~6학년(33%)이 많았다. 초등1~3학년(19%)·고교(8%)·취학전(4%)은 적었다.

공부에 도움을 준 요소로는 참고서(36%)와 사교육(29%)을 많이 꼽았다. 이어 학교(교사·수업 15%)·교과서(9%) 순으로 대답했다. 나머지(11%)는 학습지·과외·독서·탐구활동·체험학습 등이다. 도움이 된 사교육은 학원(32%)과 인터넷강의(32%)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과외(20%)와 학습지(7%) 순이었다.

박찬우(20·서울대 수리과학부 1)씨는 “교과서는 시험문제 출제원칙을 이해하고 학습방향을 잡는데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심화 내용을 공부하려면 교과서만으론 부족해 사교육을 보완책으로 사용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황준식(20·서울대 경영학과 1)씨도 “내신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교과서 공부가 중요하지만, 원론만 서술돼 있어 심층개념과 응용력을 익히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대답했다. “학습의 장·단점을 보완하고 키우려면 사교육을 선별적·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생들은 ▶상담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입시정보를 수집하고 입시전략 짜기 ▶자신의 공부습관의 장·단점을 파악해 그에 맞는 공부방법 선택·적용하기 등을 자기주도학습태도로 꼽았다.
 
내신관리·수능준비 위해 선행학습

학습효과 여부에 대해 논란이 많은 선행학습에 대해 이들은 대부분 학업실력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요소로 꼽았다. 응답자 중선행학습 경험자가 90%에 달했다. 선행학습을 시작한 시기는 중학교 때(43%)가 가장 많았으며, 초등4~6학년(23%), 초등1~3학년(16%), 고교(8%) 순이었다.

황씨는 “주로 방학 때 학원을 이용해 다음 한 학기 진도를 미리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을 봐도 주로 중1, 중3과 고1을 앞두고 선행학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내신성적을 관리하고 대학입시 진도를 미리 끝내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선행학습이 필요한 과목으로는 수학과 영어를 꼽았다. 특히 특목고 입시나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학생은 1년치를 앞서 선행학습 했다. 이씨는 “초등 6학년에서 중학교로 올라갈 때 교과내용의 난이도 상승 폭이 크게 느껴진다”며 “그 격차를 줄이려고 선행학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예습은 선행학습, 복습은 핵심노트 만들기

서울대생들은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지키는 학습습관이 몸에 배어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예습·복습은 “‘수업 전에 미리 생각해보고, 후에 되새겨 본다’는 전통적·사전적 의미가 아니다”라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설문에 응답한 서울대생들과 인터뷰한 결과를 들며, “예습은 선행학습, 복습은 핵심노트·오답노트 등을 쓰는 것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박씨는 예습에 대해 “방학 중에 1학기를 앞서 공부한 뒤, 수업 1주일 전과 1일 전 간격으로 반복해 봤다”고 말했다. 복습은 “교과서·참고서·수업 내용을 합쳐 요약노트를 만들어 평소 공부할 때나 시험 볼 때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예습과 복습 중 어디에 비중을 뒀는지는 학습목적에 따라 달랐다. 특목고·영재교육원 입시나 경시대회를 준비하면 예습에, 내신관리와 교내활동을 중시하면 복습에 각각 초점을 맞췄다.
 
연산·독서의 힘이 학습향상 촉매제

수학 공부를 잘하려면 초·중학생 때 연산이 중요하다는 대답이 많았다. 연산은 단순계산과 반복 위주여서 대부분 학생들이 싫증을 낸다. 그러나 서울대생들은 “정답을 맞히는 성취감과 정확성을 기르려면 연산 훈련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박씨는 “연산은 문제풀이 속도를 높이고 실수를 줄이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단계”라며 “풀이 식을 써야 하는 문제에 대비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과외교사로 지도한 경험을 전하며 “같은 문제라도 2자릿수에서 3~4자릿수로 늘어나면 틀리는 학생이 많다”고 연산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설문에선 독서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학습태도를 기르고 학업능력을 높이는 데 가장좋은 훈련으로 서울대생들은 독서를 꼽았다. “자료검색을 해도 인터넷에 의존하지 않고 책을 찾아보게 해야 한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그 이유에 대해 이씨는 “독서는 수능 언어영역을 준비하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빨리 읽고 정확히 이해하며 문제가 요구하는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필요한 훈련과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확대되고 있는 서술형 평가에 대비하는 방법도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1. 지난해 교원이 진행한 ‘초·중·고 학창시절 공부법’에 대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에 참여했던 서울대생들. 왼쪽부터 박찬우, 황준식, 이상훈, 신선, 최규민, 남홍열씨. 2. 교원이 2010년 3~6월 서울대 학생전용 웹사이트인 SNULife에서 조사했다. 이 가운데 12명을 선발,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진행해 학습성향을 분석했다. 이를 자료로 학습법 안내서인 『서울대 리얼 초등공부법』을 최근 발간했다. [자료=교원 제공]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교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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