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단배론 태풍 못 이겨, 친이·친박 재연대 필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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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호 06면

박형준(51·사진) 청와대 사회특보는 ‘MB(이명박)의 책사’로 불린다.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아왔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청와대 정무수석에서 물러났지만 5개월 만인 지난달 초 사회특보로 귀환했다.

돌아온 MB책사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만드는 그의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불렀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년 총선(4월)·대선(12월)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의 밑그림 작업을 맡겼다고 보는 이도 많다. 박 특보를 24일 오후 한 호텔에서 만났다.

-소문대로 총선과 대선 준비작업을 맡았는가.
“그런 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여론을 다양하게 듣고 그걸 통해 대통령께 필요한 조언을 올리고 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수행은 민심과 함께 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거기에 필요한 역할을 찾아서 하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를 키우기 위해 정운찬 전 총리를 성남 분당을 재·보선 후보로 민다던데.
“절대 그런 일 없다. 여의도에서 만들어낸 허무맹랑한 소설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어떻게 보는가.
“박 전 대표는 현재 대선 후보 중 압도적 1위를 장기적으로 끌어가고 있다. 그게 현실이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다. 하지만 대세론이라면 아직 얘기하기에 이르고 또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왜 바람직하지 않나.
“과거 ‘이회창 대세론’과 같은 대세론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1등 후보는 외롭고 공격이 집중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전에서 경험했다. 그래서 연합과 통합의 정치가 중요한 것이다. 대세론에 함몰돼 자기 땅 지키기 식으로, 수세적으로 가면 위태로울 수 있다. 우리 선거는 드라마를 요구하는 성향이 있다. 대세론이란 말 자체가 바람직한 게 아니다.”

-친이계(친이명박)는 누구를 미나.
“친이와 친박(친박근혜)의 개념을 넘어서야 한다. 내년 총선은 대선 앞에 치러져 정치적 의미가 어느 때보다 크다. 여당 입장에선 총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설사 대선에 이긴다 해도 차기 대통령은 여소야대 속에서 국정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총선에서 여권이 지면 굉장히 크게 어려운 정치적 상황이 온다. 친이와 친박을 넘어서는 대단합, 재연대의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그런데 왜 단합이 안 되는가.
“우선 친이와 친박의 갈등구조가 있다. 또 정권 담당 세력인 친이도 결집돼 있지 못하다. 여권의 구심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박 쪽은 소외감이 있겠지만 차기 대선을 위해 활짝 열고 나가야 하는데 오무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 부분이 상호작용해 당내 구심력이 모자라고 단합도 안 됐다. 이젠 극복해야 한다. 박 전 대표 지지 쪽도 과거 소수파인 YS(김영삼)가 다수파가 되기 위해 했던 것과 같은 열린 노력이 필요하다. 친이와 친박 (대립)구도를 깨뜨리려는 노력이 양쪽에서 모두 필요하다. 친박 입장에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이것이 가장 좋은 전략임을 인식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나.
“첫 단계로 ‘총선 승리가 정권 재창출의 알파요 오메가’란 인식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이 길 외엔 없다는 생각과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서로 만나고 얘기해야 한다. 대통령께선 그런 흐름이 만들어지면 나름의 정치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당 안팎에서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를지 토론하고, 전략을 내고, 전략을 실천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협의가 시작돼야 한다.”

-하지만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이, 친박 갈등이 불거지지 않겠는가.
“분명한 것은 18대 공천과 같은 파열음을 내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 큰 선거에선 연합의 정치에 성공하는 쪽이 승리했다. 1992년에 YS는 노태우, JP(김종필)와 연합했다. 97년엔 DJP(김대중+김종필), 2002년엔 노무현·정동영 단일화, 2007년엔 대선 지지율 1, 2위였던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경선 이후 연합했다. 대선 경쟁을 의식해 당내 줄서기를 하거나 친이, 친박으로 나뉘는 그런 흐름으로 가면 힘들어진다. 태풍이 오는데 돛단배 타고 태풍을 이기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큰 배를 함께 타든, 연환계를 펴든 범여권이 단합하는 것이야말로 모두 사는 길이다. 그런 흐름을 만드는 데 당·정·청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내년 총선 전망은.
“현재로선 밝지 않다. 집권 5년차 선거여서 회고적 투표 성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심판론적 투표를 막아내려면 미래지향적 변화를 주도하는 상징과 인물이 있어야 한다. 96년 민자당은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개정하며 과감한 영입 전략으로 유권자의 변화 욕구를 충족시켰다. 여당이 할 수 있는 과감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총선 민심이 왜 안 좋다고 보나.
“구제역·전세난·물가와 관련해 민심이 상당히 안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다 집권 4년차 정부의 국정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민들이 정권에 기대했던 욕구 중 충족되지 못한 불만이 표출되고 이런 과정에서 정권에 반감이 확산돼 좋지 않은 민심이 퍼질 가능성이 있다. 지역발전 욕구가 정치권과 결합돼 지역주의도 강해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차기 지도자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하나.
“현 정부 3년은 글로벌 리더십이 국가 지도자의 덕목이 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대한민국 선진화와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글로벌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우리의 대외 무역의존도는 80%나 되고, 올해 1조 달러 무역대국이 된다. 세계 3분의 2 지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다. 대통령은 글로벌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계속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인식을 한다. 국내 문제가 안 풀리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이념이 분열돼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것도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지향하고 내부 통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좋다는 인식이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는 감정적 앙금이 있지 않나.
“그런 오해를 많이 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통령은 리얼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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