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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위 리더십, 과학기술계가 함께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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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기준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장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초대 위원장으로 김도연 울산대 총장이 내정됐다.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과학기술계의 절박한 꿈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우려 또한 적지 않다. 국과위 성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리더십 획득의 문제가 바로 그렇다. 국과위는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18개 부처·청이 운영하는 15조원 규모의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기획·관리·총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 분명한 위상과 강력한 리더십이 주어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도연 총장 내정은 정부가 국과위의 성공적인 출범을 간절하게 원하는 과학기술계의 입장을 고려하고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국과위의 리더십은 과학기술계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새 위원장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과학 대통령’을 자처한 이명박 대통령이 법률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위원장직을 맡겠다고 나섰던 이유도 바로 부처 간 조정이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국과위의 기능을 분명하게 정립하는 것도 시급하다. 과학기술의 특성이 반영된 연구개발 예산의 배분·조정과 성과의 평가가 국과위의 핵심 업무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위의 예산 배분 기능이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부처나 기획재정부 예산실 업무와 중복된다는 일부의 주장은 국과위의 설립 목적과 기능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국과위 설립은 각 부처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혼란과 비효율을 개선하고 국가 차원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가연구개발 사업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이런 절박감을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인식해야 한다. 정부 부처가 국과위의 목적과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국과위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

 국과위 앞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내년도 예산작업부터 곧 시작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관련 예산 배분·조정권이 하루빨리 이관돼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평가법 개정안도 이번 임시국회 회기 중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고도의 안목과 전문성이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의 예산 배분과 평가를 일반 국가 사업과 같은 방법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표류 중인 출연연의 방향을 정립하고 본연의 연구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시급하다. 최근 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장기적인 예산 측면에서 면밀히 검토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국과위 공식 출범이 한 달여를 남겨두고 있다. 국과위는 각 부처 연구개발 사업으로 구성된 ‘선단(船團)’을 총괄 지휘하는 컨트롤 타워다. 국과위 위원장의 리더십은 세계, 특히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경쟁해야 할 대한민국 과학기술 리더십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과학기술계와 정부 부처, 나아가 국민의 성원과 지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기준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