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호 납치 해적들, 작년 삼호드림호도 납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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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던 소말리아 해적들이 삼호드림호 납치에도 가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석해균(58) 선장의 몸에서 빼낸 탄환 3발 중 2발이 한국 해군의 유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이 쏜 총알이 벽이나 천장에 맞고 튕겨서 석 선장의 몸에 박힌 것이다.


 부산지검 정점식 2차장검사는 25일 이런 내용의 최종 해적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생포된 해적 무함마드 아라이(23)·압둘라 알리(23)·압둘라 시룸(21)·아부카드아이만 알리(21)·아울 브랄라트(18) 5명을 해상강도 살인미수와 인질강도 살인미수 등 6개 혐의로 기소했다.

 정 차장검사는 “삼호드림호 선원 일부가 소말리아 억류기간 중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던 해적과 동일 인물이라는 진술이 나왔고, 물증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부산지검은 25일 우리 해군이 해적들로부터 압수한 AK-47 소총 등 총기류(왼쪽)와 해적들이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할 때 썼던 보트의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해적들이 두 배를 납치한 뒤 소말리아와 통화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화번호 12곳이 일치한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해적 부두목 스우티 알리 하루(29·사망)가 삼호주얼리호에서 50차례, 삼호드림호에서 14차례 부인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스우티 알리 하루가 두 배의 납치에 모두 가담했다는 증거다. 정 차장검사는 “삼호드림호 선원들을 조사한 결과 일부 선원이 억류됐을 때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해적 4∼5명을 본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해적단은 상당수가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났다. 두목 아브디 리스크 샤크(28·사망)와 부두목이 동서지간이고, 생포된 압둘라 시룸은 이들의 사촌 처남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검찰이 부두목 아내와의 통화를 통해 밝혀냈다.

 검찰은 석 선장 몸에는 8곳의 총상 흔적이 있었고, 이 중 2곳은 관통상이라고 설명했다. 몸 4곳에는 총탄이 박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2곳은 미미한 총상 흔적이다. 몸에 박힌 총탄 4개 중 1개는 오만에서 꺼냈다가 분실했다.

 석 선장은 해적 무함마드 아라이가 쏜 총알이 복부를 관통해 치명상을 입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아라이가 사용한 총은 AK 소총이다. 검찰은 AK 소총 멜빵에서 아라이의 DNA가 나온 데다 총격실험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정 차장검사는 “석 선장의 자세와 아라이가 총을 쏜 위치 등을 분석한 결과 아라이가 쏜 총알이 석 선장의 배를 뚫고 나갔다는 게 수사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석 선장은 해적들이 쏜 총에 맞아 치명상을 입고 몸을 천장을 향해 뒤집은 상태에서 해군 총탄을 맞았다. 해군 탄환은 모두 유탄으로 석 선장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석 선장의 오른쪽 옆구리 부분에서 우리 해군의 MP5 9㎜탄의 탄두가 나왔고, 오른쪽 무릎 윗부분에서 해군 저격용 탄환의 부러진 탄심이 발견됐다. <그림 참조>

 배후세력도 일부 확인됐다. 검찰은 해적들의 진술을 통해 해적들에게 투자한 사람의 이름이 ‘마하드 유수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두목과 부두목이 사망해 더 이상의 배후를 확인하지 못했다.

 ◆석 선장, 여전히 수면상태=석해균 선장은 아직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강제 수면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수면제 투여량에 따라 의식을 찾기도 하고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의료진은 완전히 의식을 회복했을 때에 대비해 수면제 투여량 조절로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석 선장은 이달 19~20일께 한때 의식을 회복했다. 지난 3일 잠시 의식을 회복했다가 다음 날 새벽 호흡부전증으로 다시 수면상태에 빠진 지 보름여 만이다. 그는 눈을 깜빡이며 가족을 알아봤지만 아직 몸을 움직일 정도로 회복되진 않았다고 아주대병원 측이 전했다.

 의료진은 석 선장의 회복상태를 보며 다음주께 수면제 투여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수면제 투여를 중단하면 석 선장은 의식을 회복할 수 있지만 극심한 고통 및 스트레스와 싸워야 한다.

부산=김상진·유길용 기자

삼호주얼리호 해적사건 일지

●2011년 1월 15일=소말리아 해적, 인도양 북부에서 삼호해운 소속 화학물질 운반선 삼호주얼리호 납치. 한국인 8명과 인도네시아인 2명, 미얀마인 11명 등 총 21명 승선

●1월 18일=청해부대, 삼호주얼리호 1차 구출작전(장병 3명 부상)

●1월 21일=청해부대,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 구출. 해적 5명 생포

●1월 29일=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 국내 이송

●1월 30일=해적 5명 국내 압송, 법원 구속영장 발부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 착수

●2월 2일=삼호주얼리호 한국인 선원 7명 귀국, 해적과 대질조사

●2월 25일=검찰, 해적 5명 해상강도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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