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애완견 키우면서 밍크 입는 동물을 보는 인간의 두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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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동물 권리 선언』을 쓴 생태학자 마크 베코프는 “우리는 동물들이 정말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외면한다”고 말한다. 동물 역시 풍부한 감정을 지녔으며. 인간 역시 동물 세계의 일원임을 받아들여 건강하게 지구에 공존하는 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포토]


최근 구제역으로 전국 곳곳에서 돼지를 대량으로 생매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TV에 공개된 생매장 현장의 동영상은 충격적이었다.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만은 아니었다. 산 돼지들을 굴착기로 구덩이에 밀어 넣고, 흙을 덮어버리는 행위가 과연 윤리적으로 옳은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어차피 사람도 아니고 짐승인데…“라는 말로 가셔지지 않는 이 불편한 마음의 근거는 무엇일까. 최근에 나란히 발간된 책 두 권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조명하며 이 같은 주제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동물 권리 선언』이 동물보호론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는 인류동물학자(anthrozoology)가 우리에게 동물은 무엇인지, 동물을 생각하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를 폭넓게 탐색한 내용이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두 책에 비쳐진 모순되고 양면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누군가는 개를 가족으로 여기고, 한쪽에서는 음식으로 요리한다. 밍크코트를 입으면서도 돼지 생매장 장면에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미국 콜로라도대 명예교수인 생태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로 『동물 권리 선언』을 쓴 마크 베코프는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명백히 틀렸다”고 선언한 경우다. 그들도 감정이 있고, 온정적인 생명체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코끼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감정적으로 예민해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까치가 자아감을 갖고 있으며, 게에게도 기억력이 있다는 얘기를 하며 지구를 공유하는 생명체를 존중할 것을 호소한다. 또 인간이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로 여기지 않는 것은 오만한 태도라며 ‘종(種) 우월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지은이는 서커스조차도 어린이에게 동물을 흥미와 오락의 대상으로 취급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심어주기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공장형 농장에서 이뤄지는 폭력적 동물 사육, 모피농장, 동물 상대 실험의 문제도 조목조목 짚었다. “베푼 대로 받는다”고 강조하는 그는 “우리가 먹고, 입고, 오락을 즐기는 등 일상에서 내리는 선택과 결정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의 저자는 동물이 온정적이라거나 인간이 잘못됐다는 식의 판단을 내리는 대신에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비일관적인 태도 뒤에 자리한 심리를 파헤치는 데 주력한다. 동물에게 자신의 감정, 정신상태를 투사하면서도 미국에서만 매해 7만2000톤에 달하는 동물의 살점을 먹고, 동물보호소에서 수 천 마리를 안락사 시키는 게 바로 더도 덜도 아닌,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는 “도덕적 비일관성,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라고 강조한다. 그런 인간의 모순을 부인하거나 흑백논리로 세상을 대하기보다는 보다 유연한 사고로 세상을 통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두 책 모두 과학과 윤리 등에 대한 다양한 논쟁거리를 던지며 인간은 물론 그 인간과 관계를 맺고 있는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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