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고 해서 괴로워요" EBS 얼짱 영어강사 레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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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아침에 얼짱 인터넷스타가 됐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최근 인터넷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예쁜 EBS 영어강사 레이나’의 당사자다. 그녀는 마음고생을 했다고 눈물마저 비쳤다. “영어강사인 제가 아니라 인터넷 얼짱이 있을 뿐이었어요.” “EBS 게시판에는 엄친딸(엄마 친구의 딸 처럼 완벽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라느니, 미모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 등의 댓글이 달렸어요. 하지만 그 정도는 약과였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욕까지 남기는 것은 물론 제 개인적인 신상까지 마구 파헤치며 인터넷 마녀사냥을 했어요.”

강사명 레이나(29, 본명 김효은)씨는 EBS 인터넷을 통해 지난 1월부터 ‘수능 외국어 듣기’, ‘외국어영역 기초 특강’, ‘고1출판사별 진도 강좌’를 가르치고 있다. 인터넷 강좌이기에 게시판은 학생들이 남기는 질문에 답을 해주는 공간이었다. “얼짱이라는 이유로 갑자기 화제가 된 지난 일요일 이후 게시판은 수업 내용에 대한 질문이 없어지고 외모 논란에 관한 댓글로 채워졌어요. 간혹 수업 관련 질문이 올라와 답을 해주려 하면 이상한 댓글이 눈에 들어와 화들짝 놀라곤 했어요. 게시판에 들어오기가 무서워졌어요.” 수업의 공간을 방해 받는 것이 그녀에게는 무엇보다 슬픈 일이라고 한다.

그녀는 ‘월, 화, 수, 목, 금, 금, 금’ 주 7일 일을 한다. 평일에는 대성학원 강남, 송파, 광화문지점에서 수업을 하고 주말에는 대치동의 단과학원에 나간다. 그 와중에 일주일에 이틀은 시간을 쪼개 EBS 강의 녹화를 한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향인 경북 영천의 논밭을 오가며 라디오로 EBS 강의를 듣고 따라했어요. 학원을 한 번도 가지 않았지만 ‘논밭영어’는 훌륭한 선생님이었어요. 그때부터 저도 EBS 강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녀는 작년 12월 EBS 공채시험에 합격했다.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부모님이 등록금을 준 적이 없었어요. 20살때 부터 학원 강사를 하며 제 스스로 등록금을 냈어요.” 그 와중에 그녀는 3년 동안 적금을 모아 미국의 콜럼비아대에서 TESOL(태솔, 영어교육 전문가 과정)까지 수료했다. 올 해로 10년째 되는 강사 경력에 그녀는 꿈꿔왔던 EBS 강의를 할 수 있었다.

EBS강의를 하는 선생님은 수업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컨셉이 제각기 있다. 여자 선생님의 경우는 메이크업, 의상, 헤어를 관리하는 스탭 2명이 40~50분 정성을 들인다. 그녀에게는 밝고 발랄한 컨셉으로 핑크색의 의상을 많이 입힌다. “원래 일반 학원에서도 잘 웃으며 수업을 해요. 그렇지만 EBS 수업을 위해 3시간 이상 어떤 영어를 가르칠까 준비를 하죠. 외모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실력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잖아요.” 그녀는 다른 게시판에 어떤 악플이나 댓글을 달아도 상관없지만 EBS 게시판만은 피해달라고 말한다. “이렇게라도 말을 하니까 속이라도 시원해지네요.” 상기됐던 표정을 풀며 그녀가 비로소 싱긋 웃었다.

온라인 편집국=김정록 기자 ilro12@joongang.co.kr 김태완 기자 wani0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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