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진짜 테마가 있는 테마파크 ‘키자니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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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

테마파크(theme park)는 놀이공원(Amusement park)과 다르다. 놀이공원은 문자 그대로 노는 공원이다. 흔히 회전목마·청룡열차·대전람차 따위의 놀이기구가 있으면 놀이공원이라 불린다. 반면 테마파크엔 테마, 즉 주제가 있어야 한다.

 최초의 테마파크라 불리는 미국의 디즈니랜드를 보자. 여기에도 온갖 종류의 놀이기구가 있지만, 디즈니랜드는 디즈니 사(社)에서 만든 캐릭터가 메인 테마다. 미키마우스나 도널드덕 같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오로지 디즈니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구경거리다. 디즈니랜드의 본질은 바로 이 캐릭터에 있다.

 우리나라 테마파크(라고 주장하는 놀이공원) 역시 각각 테마가 있다. 이를 테면 롯데월드는 중세 북유럽이 모델이다. 찬찬히 보면 조형물이 뾰족 지붕의 고딕 양식이고, 직원은 스위스 전통 의상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 메인 캐릭터인 너구리 탈을 쓴 연기자도 열심히 손을 흔들고 다닌다.

 하나 테마파크에서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거지, 이용자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캐릭터는 물론이고 테마마저 분명하지 않아서다. 다시 말해 테마도 없고 캐릭터도 없이 사람만 빙빙 돌려 대는 월미도의 대표 놀이기구 ‘디스코 팡팡’과 국내 대형 테마파크는 본질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다른 게 있다면 규모뿐이다. 되레 용산 전쟁기념관이나 전남 곡성의 기차마을, 포천의 허브 아일랜드가 본래 의미의 테마파크와 가깝다.

 우리나라에도 진정한 의미의 테마파크가 한 군데 있긴 하다.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다. 키자니아는 3∼16세 어린이가 여러 직업을 체험하며 노는 공원이다. 발상도 특이하지만 놀라운 건 성과다. 키자니아는 지난해 2월 27일 서울 송파구에 개장했다. 직업 체험장 인원이 한정돼 있어 하루에 어린이 1800명 이상은 입장할 수 없다. 그런데 키자니아는 지난 17일 입장객 70만 명을 돌파했다. 거의 매일 만원을 기록했다는 얘기다.

 키자니아엔 90여 개 체험장이 있다. 병원 시설이 있어 어린이가 의사나 간호사가 될 수 있고, 소방서가 있어 소방관이 될 수 있고, 피자집에서 피자를 구울 수 있고, 신문사가 있어 기자가 될 수도 있다. 기자가 된 어린이가 소방관 체험을 하는 어린이를 상대로 화재 사건을 취재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이 모든 체험시설이 기업의 참여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 승무원 체험은 대한항공에서 제작한 비행기 모형 안에서 대한항공 승무원 복장을 하고 진행된다. 비행기 승무원 체험에 필요한 시설을 만든 비용은 모두 대한항공이 냈다. 홍보 명목이다. 수익은? 키자니아가 전부 갖는다.

 쉽게 말해 키자니아는 판만 깔아준 것이다. 그래도 키자니아에 들어가겠다는 기업이 줄을 선단다. 첫해 성공에 힘입어 키자니아는 시설 확대를 준비 중이다. 이 정도는 돼야 테마파크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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