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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비서가 권총 저격 … 카다피, 연설 직후 암살당할 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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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리비아를 탈출한 수백 명의 터키 국민이 24일(현지시간) 터키 마르마리스 항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고 있다. 터키 정부는 터키 해군의 호위 아래 2척의 배를 벵가지로 보내 3000명의 자국민을 리비아에서 탈출시켰다. [마르마리스·벵가지 AP·로이터=연합뉴스]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 리비아 최고지도자는 24일 오후(현지시간) 두 번째 대국민 연설을 하고 반정부 시위대 배후에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국제테러 조직 알 카에다가 있다고 주장했다. 카메라 앞에 직접 나와 75분간 광기 어린 연설을 했던 22일과 달리 이날은 15분간 비교적 풀이 죽은 목소리로 전화 연설을 했다. 국영TV에서는 목소리만 생중계했다.

리비아 벵가지에서 반정부 시위대에 잡힌 아프리카 용병들. [마르마리스·벵가지 AP·로이터=연합뉴스]

 카다피는 유혈 충돌로 사망한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애도를 표했다. 그는 사망자들을 ‘리비아의 아이들’이라 부르며 “시위대는 마약과 알코올에 중독됐으며 빈 라덴이 이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자위아 지역의 충돌과 관련, “자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희극”이라며 “제 정신인 사람은 그런 희극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다피 는 시위대에 대해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하면서 최측근마저 잇따라 등을 돌리고 있 다. 이들은 카다피의 숨겨진 비밀들을 줄이어 폭로하고 있 다. 두바이에 있는 아랍위성채널 알아라비야는 카다피는 22일(현지시간) 퇴진 거부를 밝힌 75분간의 연설 뒤 수행비서에 의해 암살당할 뻔했다고 23일 보도했다. 방송은 최근 카다피에게 등을 돌리고 시위대 편에 선 압둘 파타 유니스 알우바이디 내무장관의 말을 인용해 “22일 카다피의 연설 내용에 실망한 비서가 연설 뒤 카다피에게 권총을 쐈지만 암살에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비서의 신원과 운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AP통신은 카다피의 의전비서관이었던 누리 엘미스마리의 말을 인용, “카다피는 22일 대국민 연설 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겉옷 안에 방탄조끼를 입었으며 터번 밑에는 보호장구를 착용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엘미스마리가 “카다피는 떨고 있으며 이제 최후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현재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리비아 전 국민의 5%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카다피가 1988년 270명이 숨진 미국 팬암기 폭파사건을 직접 지시했다고 23일 스웨덴 신문과 인터뷰에서 폭로했다. 잘릴은 최근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에 항의해 사퇴했다.

 리비아 정세도 카다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23일엔 트리폴리 동쪽으로 불과 200㎞ 떨어진 제3의 도시 미스라다가 반정부군에 넘어갔다. 이미 제2도시 벵가지, 동북부 도시 토브룩 등 동부지역 전체가 시위대 통제하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AP통신은 리비아군이 24일 트리폴리 서쪽 자위아의 이슬람 사원을 대공포로 공격해 시위대에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고 보도했다. 카다피가 시위대에 생화학무기를 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실제 리비아 현지에서는 이런 소문이 돌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리비아 내에서는 카다피의 가족들이 해외로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실제 이런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3일에는 카다피의 딸이 탄 비행기가 몰타 국제공항에, 22일엔 카다피의 며느리(5남 한니발의 부인)가 탄 비행기가 레바론 베이루트 공항에 각각 착륙하려다 거부당했다고 알자지라방송과 ‘레바논의 소리’ 라디오방송이 각각 보도했다.

최익재·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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