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독재 망했다” 대북 전단 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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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리비아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왼쪽)가 1982년 10월 평양에 도착해 김일성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그는 4박5일간의 방북에서 양국 간 친선 및 협조에 관한 동맹 조약을 체결했다. 82년 10월 30일자 북한 노동신문 1면에 실린 사진이다. [노동신문 촬영]


우리 군이 이달 초부터 약품과 의류 등 1만여 점의 물품을 북한에 살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 송영선(미래희망연대) 의원에게 제출한 ‘대북 심리전 현황’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일회용 밥과 라디오 등 일용품 14종류, 의약품 8종류 등을 북한 지역에 살포했다. 물품 살포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4월 이후 11년 만이다.

 군은 또 지난해 12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함께 재개했던 대북 전단 살포도 계속해 최근까지 300여만 장을 뿌렸다고 송 의원 측은 전했다. 군은 기구에 타이머를 장착한 바구니를 매달아 특정 지역에 물품이 떨어질 수 있도록 했으며, 1만여 점이나 되는 물품 표면에 “대한민국 국군입니다. 먹어도 안전합니다. 의심스러우면 가축에게 먼저 먹여보고 드셔도 됩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했다. 특히 최근 뿌려진 대북 전단에는 이집트와 리비아 등 중동 독재 국가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을 소개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송 의원 측은 전했다. 이집트와 리비아의 독재 정권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및 후계자 김정은과 연결시켜 ‘세습정권, 독재정권, 장기집권은 망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군의 대북 물품 살포 등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최근 중동 민주화 소식이 북한 내부로 어떻게 흘러들어가느냐가 향후 북한 변화의 관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군이 대북 심리전 상황을 국회의 대정부 답변식으로 공개한 것은 북한 정부에 대한 압박용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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