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 2∼3년후 급속 악화 우려 - 삼성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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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유지될 경우 교역조건이 오는 2001∼2002년 이후부터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0일 교역조건 악화의 영향과 장단기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외환위기로 이탈됐던 국제자금이 조만간 다시 동아시아국가들로 유입될 것이라면서 이들 국가들이 외환위기이후 펴 온 수출확대정책을 지속할 경우 미국, 일본 등의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지수(수출단가지수/수입단가지수)의 추이를 보면 95년 교역조건 100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 96년과 97년은 87.7과 77.8로 각각 전년대비 12.3%와 11.3%가 떨어지면서 악화됐다. 이는 또 결과적으로 외환위기로 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교역조건이 악화된 이유는 90년대들어 아시아지역으로 국제자본 유입이크게 확대되면서 중국 및 아세안 4국(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후발개도국들이 유입된 자본을 바탕으로 철강, 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을 집중육성해 우리나라와 경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시장에서 한국은 중국, 말레이시아 등 후발개도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게 됐고 우리나라의 경쟁관계도 지난 88년 '대만→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중국’에서 95년에는 ‘중국→말레이시아→대만→싱가포르’순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동아시아 경쟁국에서 국제자금이 이탈하면서 이들 국가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원자재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98년이후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은 개선되는 조짐을 보여왔다.

이같은 교역조건 개선은 유가상승의 여파로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외환위기 이후 높아진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대만사태로 인해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반도체가격 하락시 과거에 비해 더 큰 파급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연구소는 교역조건 악화가 과거처럼 외환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외환보유고를 확충하고 자유무역 확대를 통한 국가간 품목별 특화와 함께 기술이전을 쉽게 할 수있도록 동아시아내 산업협력을 강화해 역내 산업의 중첩현상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연구소는 내년 64메가디램의 가격을 12달러, 국제유가를 배럴당 22달러로 가정해 교역조건을 추정한 결과, 반도체 가격상승효과가 유가상승의 효과보다 클것으로 예상돼 2000년 교역조건 지수는 올해 전망치인 74.6보다 1.6%가 개선된 75.8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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