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회장 비자금 국내외 1700억원 조성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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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이 해외로 빼돌리거나 국내에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1천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돈이 지난 2월 구속된 최 회장 구명이나 대한생명 경영권 방어 로비에 얼마나 뿌려졌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과 최 회장 구속 당시의 검찰 수사내용에 따르면 최 회장이 지난 90년부터 지난 2월 사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회사 공금횡령 등으로 조성한 자금 규모는 1천7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최 회장 구속 당시 검찰은 최 회장이 지난 97년 해외로 빼돌린 외화 1억6천500만달러 중 국내로 다시 들여오지 않은 돈이 6천500만달러(7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냈으나 이 돈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최 회장측은 들여오지 못한 돈이 무역 거래 과정에서 수출 미수금 등으로 손해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해외에 은닉돼 어딘가 묻혀있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계는 최 회장이 빼돌린 자금이 해외 비밀계좌에 입금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고수익을 보장하는 파생금융상품 및 해외채권 투자, 부동산 매입 등에 쓰여지거나 국내로 유입돼 로비자금으로 뿌려졌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특검에서 최 회장이 1천868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으나 검찰은 지난 90년부터 98년 5월까지 1천124차례에 걸쳐 공금 880억3천만원을 횡령한 사실만 인정, 범죄행위로 기소했다.

지난 5월 재판에서 최 회장은 대한생명 공금중 일부는 주식매입 등에 사용했으나 일부는 용도를 밝히기 어려운 곳에 사용했다고 말해 정.관계등에 대한 광범위한 로비 의혹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최 회장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4월부터 구속된 지난 2월까지 기밀비 접대비 등으로 35억원을 사용해 이 돈의 용처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처럼 조성된 비자금은 상당부분 구정권 시절에 쓰여지기도 했으나 최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4월 이후 정.관계에 대한 광범위한 구명로비 과정에서 살포됐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최 회장의 로비스트로 정.관계 실세와 최 회장의 창구 역할을 했던 박시언씨에 대한 수사가 강도높게 이뤄져야 규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른바 ‘최순영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최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구속된 거물급 인사는 홍두표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이수휴 전 은행감독원장, 이정보 전 보험감독원장 등 3명이지만 이들은 현 정권의 정.관계 실세와는 거리가 있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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