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화음악가 열전] 마크 아이샴

중앙일보

입력

미국영화연구소가 '80년대 영화음악 작곡가 베스트 3' 중 한 명으로 선정한 마크 아이샴(48.사진) 은 뉴욕 태생으로 오클랜드.샌프란시스코 심포니 트럼펫 주자 출신. 70년대부터 비치 보이스.밴 모리슨.브루스 스프링스틴.수전 베거 등의 밴드로도 활동했고 '그룹 87' 멤버로 프로그레시브 록을 연주했다. 83년 전자음악으로 독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뉴에이지 뮤지션 겸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머로 변신했다.

그가 영화음악에 진출한 것도 전자음악 덕분이다. 데뷔작은 남극에서 이리의 생태를 연구한 패리 모와트의 일대기 '네버 크라이 울프' (83년) . 아이샴이 ECM레코드에 제출한 데모테이프에 담긴 신시사이저와 중국 피리를 위한 음악을 캐럴 발라드 감독이 우연히 듣게돼 그에게 음악을 맡긴 것. 그 결과 문명과 차단된 미지의 세계를 그린 사운드트랙이 탄생했다. 아이샴이 영화음악에서 신시사이저를 쓴 것은 로버트 하몬 감독의 공포영화 '힛쳐' (86년) 와 공상과학 영화 '트레비의 실종' (93년) 정도다.

92년 브래드 피트 주연의 '흐르는 강물처럼' 으로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올랐고 95년 조디 포스터 주연의 '넬' 로 그래미상을 차지했다. '흐르는 강물처럼' 의 사운드트랙은 원래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이 엘머 번스타인(77) 에게 부탁했다가 악보를 받아보고 퇴짜를 놓고 아이샴에게 맡긴 것. 아론 코플랜드 식의 민속음악과 재즈를 결합해 미국 냄새가 물씬 풍긴다. 또 바이올린.플루트.피아노.하프 등 소규모 앙상블로 따뜻한 서정을 자아낸다. 나머지 50여편의 영화음악들도 자신의 트럼펫 연주를 곁들인 재즈풍이 대부분이다.

급사한 청년이 천국의 미녀와 사랑을 나누는 로맨틱 팬터지 '메이드 인 헤븐' (87년) , 20년대 파리 예술계의 일화를 담은 '모던스' (88년) 에서 앨런 루돌프 감독과 호흡을 맞췄으며, '행운의 반전' (90년) '작은 천재' (91년) '조 페시의 특종' (92년) '메이드 인 아메리카' (93년) '겟어웨이' (94년) '아름다운 비행' (96년) 등에서 음악을 맡았다.

"훌륭한 영화음악 작곡가는 프로듀서와 감독이 추구하는 비전을 강조하면서도 그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 클래식.재즈.팝 등 어떤 스타일의 음악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유연한 음악성을 갖춘 그의 지론이다.

92년 세인트루이스 심포니의 위촉작품 '트럼펫과 관현악을 위한 5개의 단편' 을 발표했으며 마크 아이샴 재즈밴드를 결성, '블루 선' 등의 앨범을 내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