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진달래꽃』 문화재 등록 … 의견 수렴 제대로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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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국민시인 김소월(1902~1934)의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1925)이 출판물로는 최초로 근대문화재가 된다. 그런데 문화재로 등록되는 건 『진달내ㅅ곳』(중앙서림총판본) 1권과 『진달내꽃』(한성도서총판본) 3권 등 2종 4권이다. 본지는 문화재청이 이들 책을 등록예고 했을 당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둘 다 초간본 맞나’(2010년 10월 7일자 28면) 기사를 내보냈다. 두 시집은 판권 날짜가 1925년 12월 25일로 같고 내용이 흡사하다. 그러나 제목의 표기법이나 판형, 종이 재질 등이 달라 둘 다 초간본으로 보기 어렵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유영렬 근대문화재분과위원장은 “초간본만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면 논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위원들은 설령 한성도서총판본이 초간본이 아니라 해도 중앙서림총판본과 함께 보존해서 연구할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중앙일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진달래꽃』에 대해 더 많은 것이 알려졌고, 국민들도 옛날 책을 버릴 게 아니라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위원들의 결론에 일부 납득이 간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컸다. 진달래꽃 조사는 문화재위원인 서울대 국문과 권영민 교수와 문화재전문위원인 김종욱 세종대 교수를 포함해 3명이 맡았다. 권 교수는 김 교수의 지도교수였다. 근대 출판물을 다룰 조사자가 특정 대학 출신에 쏠렸다. 보다 균형 있는 조사가 이뤄지려면 학문적 계통이 다른 이들이 균형 있게 배치됐어야 했다. 조사가 강단의 학자들 손에서만 이뤄졌다는 점도 아쉽다.

 기사가 나간 이후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36명이 의견을 개진했다. 그 중엔 청계천에서 56년째 고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시한(80) 경안서점 대표 같은 쟁쟁한 인물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그 중 아무도 자문회의에 초대받지 못했다. 김 대표는 두 가지 판본을 모두 취급해봤다고 한다. 그는 “예전엔 표지만 바꿔 만드는 책이 많아 판권은 초판과 똑같이 찍은 예가 더러 있다. 판권이 같다고 해서 둘 다 가치가 있다면, 가치 있는 책이야 얼마든 있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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