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빌딩들 ‘와르르’… 길 가던 인파 덮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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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무너진 ‘펠굴드 코퍼레이션 빌딩’에서 구조된 부상자들이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로이터=뉴시스]


뉴질랜드 남(南)섬의 크라이스트처치에서 22일 낮 12시51분쯤(현지시간)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했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지진으로 최소 6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상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는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을 목격하고 있다”고 비통해했다.

 지진은 시내 번화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점심시간에 발생했다. 고층 건물들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며 수많은 사람을 덮쳤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지진으로 무너진 고층 건물들은 층층이 팬케이크처럼 쌓였다. 차들이 늘어서 있던 도로는 순식간에 진흙탕이 됐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진흙과 모래 위에 건설됐고, 그 아래로 지하수면이 흐르는데 지진으로 물과 모래가 섞이며 늪을 형성해 도로와 차들을 삼켰다.

 차를 몰고 가다가 떨어진 건물 파편에 날벼락을 맞은 모습들도 현장에서 목격됐다. 도심 광장에 위치한 유서 깊은 교회도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광장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던 존 거는 “교회 건물 전면이 통째로 광장을 덮쳤다. 사람들이 놀라 달아났지만 일부는 무너진 벽에 깔렸다”고 로이터 통신에 목격담을 전했다.

 한국인 여행객 4명이 무너진 호텔 건물에 갇혀 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연락이 닿지 않는 교민들이 많아 한국인 피해가 추가로 파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뉴질랜드 제2의 도시이자 남섬 최대 도시다. 인구가 40만 명이며, 한국 교민은 5000명 정도다.

 뉴질랜드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통신망이 끊기고, 도로가 심하게 파괴돼 피해 실태 파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밥 파커 크라이스트처치 시장은 “150∼200명이 건물 안에 고립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진 현장에선 헬기가 공중에서 불타고 있는 건물에 물을 뿌린 뒤 크레인이 건물 잔해를 걷어내며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부상자들을 옮기고 수용할 구급차와 병실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공항당국은 “별도의 공지사항이 있을 때까지 공항은 폐쇄됐으며, 모든 항공편은 취소되거나 회항하게 된다”고 밝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의 진앙이 도시에서 5㎞ 떨어진 곳의 지하 4㎞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선 지난해 9월에도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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