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매업체 약진에 고가 미술품시장 '비상'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이 고가(高價)미술품 경매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설립된 지 2주밖에 안된 프랑스의 인터넷경매업체 나트컴(http://www.Nart.com)이 피카소.르누아르 작품 등 3백여점의 고가미술품에 대해 다음주 중 인터넷경매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소더비.크리스티 등 세계적인 경매업체에 비상이 걸렸다고 24일 보도했다.

그동안 eBay, QXL 등에서 미술품 인터넷경매를 실시했지만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까지 포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티와 소더비도 인터넷경매를 추진했으나 포기하거나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나트컴의 성공여부에 따라 세계 고가미술품 경매시장의 판도 변화까지 예상된다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크리스티는 인터넷경매 사이트 개설작업을 최근 포기하고 내년초 케이블TV를 이용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소더비는 아마존과 공동으로 인터넷경매 사이트를 개통했지만 수천달러 미만의 저가 골동품만을 취급하고 있다.

나트컴은 한발 더 나아가 프랑스가 주도해온 고가미술품 경매시장의 4백년 전통마저 무너뜨릴 채비다.

프랑스는 그동안 경매상협회를 통해서만 고가미술품 경매를 실시해왔는데 나트컴은 그러한 규제를 피해 뉴욕에 회사를 설립하고 경매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경매방식은 참여의사를 E메일로 보내면 나트컴 역시 E메일을 통해 진행과정을 수시로 전해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고가작품이 거래되는 만큼 진품의 보증여부. 나트컴은 교묘한 아이디어를 냈다.

프랑스 경매상협회에 작품들을 평가할 전문가들을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 '나트컴의 도발에 대한 협회의 분노도 가라앉히고 구매자들에게는 작품의 진품 여부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자는 의도다.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터넷업체들의 '날랜' 움직임은 좀체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의 4백년 전통까지도 허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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